88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로 도마에 오른 IBK기업은행이 이번엔 해외 지점 간부의 근태불량 및 내부갑질 의혹으로 다시금 ‘내부통제 부실’ 논란에 휘말렸다. 법인 전환을 추진 중인 베트남 호치민지점에서 불거진 이번 사안은 기업은행의 국제 신뢰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 호치민지점의 부지점장 A씨가 지난해 11월, 근태불량과 내부갑질 의혹이 담긴 투서로 인해 대기발령 조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본국으로 소환된 A씨는 현재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로, 후임 인사가 이미 단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근무시간 중 잦은 이탈 등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본점에 접수되면서 인사 조치가 내려졌다”며 “단순한 태도 문제가 아니라 내부갈등 소지도 있어 조직 차원에서 조기 정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기업은행이 연초부터 겪고 있는 ‘내부통제 부실’ 이미지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 240억원 규모의 배임 사실을 공시했으나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실제 부당대출 규모는 8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관련 정황을 검찰에 통보했고,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본점을 포함해 일부 지점과 관련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내부기강 해이는 국내에서도 잇달아 드러났다. 지난 3월, 한 부행장이 근무시간 중 직원들과 술자리와 노래방 회식을 벌인 사실이 내부 고발을 통해 알려지며 보직 해임된 바 있다. 이는 기업은행 출범 이후 부행장급 간부가 근무기강 해이로 대기발령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내부 통제 실패는 기업은행의 글로벌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베트남 법인 전환을 추진 중인 현지 사정상, 간부 비위 및 관리 소홀 사례는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은행은 베트남 지점의 법인 전환을 위해 2017년부터 준비를 이어오고 있으며, “아직 법인 전환은 확정된 바 없고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점 간부의 근태불량 및 내부갈등 논란이 발생한 상황에서 과연 현지 당국이 기업은행의 법인 전환 추진에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은 공공 금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며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닌, 전사적 통제 시스템 재정비 없이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