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수는 2019년 약 7,200명에서 최근 6,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줄어든 인력 만큼 근무 강도가 더 세졌다는 게 현장의 일관된 목소리다.
한 승무원이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받은 실제 오프(휴일) 일수는 35일. 이는 회사가 보장해야 할 월 평균 10일 기준과 비교해도 약 5일이 부족한 수치이다. 피로가 축적되고 있지만, 회복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장거리 비행 후에도 쉴 수 없다… 이게 ‘정상’인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장거리 노선은 보통 3박 4일간 비행을 마치면 2일 휴일이 주어진다. 문제는 짧은 2박 3일 일정의 경우다. 이때는 4일의 휴일이 배정되는데, 이 일정을 한 번만 치르면 남은 한 달 동안 쉴 수 있는 날이 단 4일로 줄어든다.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는 것이다.
“8일 휴일”의 착시… 그 중 하루만 ‘내 휴일’일 뿐
겉으로는 매달 8일의 휴일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중 내가 ‘확정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은 단 하루. 나머지는 회사가 정하는 일정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다. 본인의 계획이나 삶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일반 사무직이 매달 10일, 연간 120일의 휴일을 보장받는 것과 비교하면, 이건 명백한 차별이다.
연차조차 ‘자율적’이 아니다… 회사가 ‘빌려 쓰는’ 내 휴가
더 심각한 건 연차 사용 방식이다. 승무원이 자발적으로 낸 연차 조차, 회사가 일방적으로 유급휴무(PDO)로 바꿔버린다. 법적으로 보장된 ‘자율적 휴가’가 회사 운영을 위한 ‘대체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연차를 쓰려면 관리자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받지 못하면 휴가가 거절될 수도 있다. 이는 사실상 ‘연차의 실질적 박탈’이다.
현장의 절규 : “연차는 내 권리입니다, 왜 회사가 가져갑니까?”
• 박모 승무원(7년차) : “연차는 나의 휴가인데, 정작 내가 쓸 수가 없어요. 회사에 빌려준 느낌입니다.”
• 김모 승무원(2년차) : “가족 생일이라 연차 냈는데, 나중에 보니 회사가 그날을 ‘휴일’로 바꿔놨더라고요. 내 계획은 사라졌죠. 생리휴가는 진급 점수 깎일까봐 포기했어요.”
• 이모 승무원(11년차, 육아 중) : “아이 돌봄휴가를 냈는데 진급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마음이 무겁습니다. 쉬라고 있는 제도인데, 쓰면 벌 받는 기분이에요.”
‘개근상’이 진급 가점? 휴가 안 쓰면 유리한 구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대한항공은 생리휴가나 가족돌봄휴가를 쓰지 않은 직원에게 ‘개근상’이라는 명목으로 진급 점수를 더 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휴가를 꺼리게 만드는 구조적 압박이며, 여성 근로자를 향한 ‘간접차별’로 볼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위반 소지가 있다.
법도, 국제 기준도 무시… 항공안전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연차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충분한 휴식과 예측 가능한 스케줄을 항공사에 요구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기준조차 무시한 채, 연차를 휴일로 바꾸고, 스케줄을 사전 통보 없이 조정하고 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승무원이 피곤한 항공사는 안전하지 않다
지금의 구조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노동권 침해이며, 나아가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다. 대한항공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 개선책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
• 생리휴가·돌봄휴가 사용 시 불이익 중단 및 진급 가점 폐지
• 월간 스케줄과 휴일 사전 확정 보장
•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피로도 관리체계 도입
• 일반직과 객실 승무원 간 휴일 배정의 형평성 확보
진정한 글로벌 항공사는 ‘고객에게 친절한 항공사’가 아니라, ‘직원부터 존중하는 항공사’여야 한다. 감춰진 피로는 언젠가 사고로 드러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그 대가는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