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지배권의 완성은 구조적 불공정의 결과다. 소액주주들은 이준호 회장의 화려한 경력과 교수로서의 인격을 믿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KAIST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인공지능연구센터와 연구개발정보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숭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엠파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자연어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2000년, ‘서치솔루션’을 설립해 네이버에 검색 엔진을 공급했고, 그해 네이버컴에 인수되며 자연스럽게 대주주가 됐다. 이후 NHN(현 네이버)에서 CTO, COO를 거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 주가는 반의 반토막, 지배력은 16배
이준호 회장의 지배력 확대는 자본시장이 얼마나 비대칭적이고 구조적으로 불공정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NHN과 네이버가 인적분할되었을 당시 그의 지분율은 3.74%에 불과했지만, 창업자라는 명분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보장했다.
2025년 현재, 이준호 회장은 개인과 특수관계인, 자사주 등을 포함해 약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주가는 2013년 8만 원대에서 현재 2만 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주가는 최고가 대비 반의 반토막, 지배력은 16배로 늘었다.
▷ 지분 확대의 배경
이처럼 지배력을 확대한 방법은 어렵지 않다. 시장은 오너에게 구조적으로 협조했고, 연기금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2014년 네이버가 보유하던 NHN 지분 9.54%를 이준호 회장이 인수할 수 있었던 건, 네이버 주식을 매도해 확보한 약 2,000억 원 덕분이었다. 2015년 3,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발표되자, 시장은 실망했고 주가는 급락했다. 이준호 회장은 자신의 개인회사인 JLC와 JLC파트너스를 통해 실권주를 흡수하고 장내 매수도 병행했다. 주가 하락에 지친 개미들이 떠날 때, 그는 매수에 나섰다.
당시 국민연금은 NHN의 2대 주주였다. 그러나 유상증자 직후 지분을 대거 축소하며 물러났다. 저점에서 팔았고, 그 자리는 이 회장 측 자금이 채웠다. 2018~2020년 주가가 바닥을 칠 때 국민연금은 다시 NHN 지분을 매입했고, 2022년 물적분할 사태 이후 주가가 또 하락하자 다시 빠져나갔다. 2024년, 이 회장은 자신이 지배하는 법인에서 300만 주를 블록딜로 매입하면서 본인 명의 지분만 22.39%를 확보했다. 주가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고, 이때도 국민연금은 자리를 비웠다. 대주주는 완전한 지배력을 완성했다.
▷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
오너가 책임경영을 위해 지분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속엔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노후, 자산, 미래가 담겨 있다. 소액주주들이 기대한 것은 간단하다. 오너의 장악력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 승계 설계가 아닌 주주 환원, 지배력 확대보다 주가 회복을 바랐다.
하지만 NHN은 유상증자, 핵심사업의 물적분할, 그리고 최근 2년을 제외하고 10년의 무배당으로 오너만을 위한 회사로 변해갔다. 시장과 주주를 위한 회사는 아니었다. 국민연금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주가가 저점일 때마다 빠져나갔고, 그 빈자리는 항상 대주주가 채웠다. 감시자가 아니라 기회를 제공한 협력자였다.
▷ 시장은 지금이라도 깨어나야 한다
이준호 회장의 지배력 확대는 경영 능력의 결과가 아니다. 제도의 빈틈과 당국의 방관, 연기금의 침묵이 만든 구조적 결과다. 상법은 무기력했고, 금융당국은 침묵했으며, 연기금은 사실상 동조자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자본시장은 더 이상 공정한 투자 무대가 아니다. 오너만을 위한 무대일 뿐이다.
이준호 회장이 승리한 것이 아니다. 시장이 졌고, 국민연금이 그 패배를 도왔다. 그 결과, 대주주는 절대적 지배권을 얻었고, 소액주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이제는 자사주 매수 후 주가 하락, 향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인위적인 주가 조정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NHN의 현황을 보면 5월 8일 현재 주가는 22,100원으로 시가초액은 7,462억원이다. 반면 자본금 188억원에 자본유보율 8,281%으로 자본총계는 1조7654억원이다.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각각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의문이 생긴다. 매출은 19,237억원에서 21,149억원, 22,696억원, 24,56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영업이익은 979억원, 391억원, 556억원에서 -326억원으로 적자 전환되고 당기순이익은 1,297억원에서 -318억원(적자), -231억원(적자), 특히, 2024년에는 -1,926억원(적자)로 이해하기 어려운 실적을 보인다.
이에 따라 NHN주가는 37,000원대에서 20,000원대 이하로 하락하였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이처럼 큰폭으로 변동된 것에 대해 감사 등을 통해 사유를 주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