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조합장들에게 부적절한 접대를 했다는 혐의로 선관위가 해경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6개월 뒤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조합장들이 “호텔에 들어간 건 맞지만 성행위는 없었다”고 진술했고, 해경은 이를 근거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혐의 없음’으로 끝났지만, 국민적 의혹까지 지운 것은 아니었다.
무혐의 결론이 난 지 한 달 뒤, 수협은 도이치모터스에 100억 원을 대출했다. 이후 2년간 648억 원이 흘러갔다. 문제는 도이치모터스의 재무 상태였다. 영업이익은 줄고 이자 비용은 늘어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밑으로 떨어졌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일반 금융사라면 대출을 꺼릴 조건이었음에도, 수협은 굳이 이때 도이치모터스에 돈을 빌려줬다. 더구나 이 기업은 김건희 특검 수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합법적 절차였다는 수협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이 기업이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무혐의를 받은 조합장들 일부는 수협 간부 자리에 앉았고, 퇴직한 해경 고위 간부들이 자문위원으로 줄줄이 들어왔다. 당시 해경청장을 자문으로 위촉하려던 시도까지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상임감사 인선이었다. 윤석열·김건희 가족의 변호를 여러 차례 맡았던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가 단독 지원으로 선임됐는데, 그의 임명 이틀 만에 도이치 대출이 실행됐다.
수협은 본래 어업인의 삶을 지키고 수산업 발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러나 지금 수협의 모습은 공공성을 지키는 협동조합이라기보다 정권과 얽힌 기업과 인사들을 돌보는 조직처럼 보인다. 어업인에게 돌아가야 할 신용과 자원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점에서 본질적 문제는 더 깊다.
우연이 한두 번 겹치면 공교로움일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된 우연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겹쳐진 공교로움은 필연이 되고, 구조적 인연으로 읽힌다. 수협 경영진은 지금까지 “정상 절차였다”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그 절차의 적법성 여부가 아니다. 왜 수협의 돈이 도이치모터스 같은 위험한 기업으로 흘러갔는지, 왜 성접대 무혐의 처리와 인사가 절묘하게 맞물렸는지,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한 손실을 결국 누가 감당하게 될 것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