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가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로 노동자가 실종된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직접 등장한 정비사업 홍보영상을 공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의 대형 재개발 수주 의지가 도덕적 책임감보다 앞섰다는 지적이다.

해당 영상은 4월 14일 포스코이앤씨 공식 유튜브 계정에 게재됐다. 영상에서 정희민 대표이사는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의 비전을 밝히며 “제가 직접 진두지휘해 조합원님께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영상이 게시된 시점은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 발생(4월 11일) 이후 3일째, 실종자 수색이 한창이던 때였다.
당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5-2공구 현장에서 터널 일부가 붕괴되며 근로자 1명이 매몰됐다. 소방당국은 5일간 구조작업을 벌였고, 실종자는 4월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시신 수습 이후인 같은 날 저녁이 되어서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재개발 사업 수주를 앞두고 대표이사가 직접 홍보영상에 나선 것은 ‘사고 수습보다 수주가 우선’이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지하 6층, 지상 38층 규모의 공동주택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재개발 사업으로, 총 공사비만 9558억 원에 달한다. 포스코이앤씨는 경쟁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에 회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최근 몇 년간 주택사업을 그룹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육성해온 배경이 있다. 정희민 대표 또한 건축사업본부장 출신의 '주택통'으로, 작년 말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직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신안산선 붕괴 사고뿐 아니라, 4월 21일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대구 중구 신축현장에서 근로자가 28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등 올해만 해도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경기남부경찰청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지난 25일에는 인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전이 기업의 성장성과 브랜드 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된다”면서도 “그러나 사고 수습과 인명 피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수익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기업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포스코이앤씨의 기업 문화와 리더십, 윤리적 책임에 대한 질문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포스코이앤씨가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