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다른 이유 없이 손이나 머리가 떨리는 증상은 많은 이들이 단순한 긴장 반응이나 노화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자발적인 떨림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지속된다면, 이는 ‘본태성 진전’이라는 신경계 질환일 수 있다. 특히 머리 떨림은 ‘두전증’ 또는 ‘체머리’로 표현되며 사회적 관계나 일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기 인식과 대응이 중요하다.
본태성 진전증 증상은 신경계 기질적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움직임 관련한 신경과 질환으로, 떨림이 특정 동작이나 자세에서 심해지는 특징을 갖는다. 주로 손떨림, 머리에서 시작되며, 고개, 턱, 목소리, 다리 등 다른 부위로 확산되기도 한다. 전체 인구의 약 0.5~1%에서 나타나고, 60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5% 이상으로 올라가며, 고령층에서는 경증까지 포함해 14%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가족력도 뚜렷해 유전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증상은 40대 이후에 나타나기 쉽지만 10대 청소년 및 20대 청년층에서도 발현될 수 있어 단순히 노화에 따른 문제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머리 떨림은 특히 여성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거울을 보거나 사람 앞에 나서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좌우 또는 상하로 흔들리며, 본인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며, 외출을 피하거나 말수를 줄이는 등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지기 쉽다.
청주 휴한의원 조민정 원장은 “뇌 기능의 조절 메커니즘 측면에서 보면 본태성 떨림은 주로 소뇌, 기저핵, 시상 등 운동을 조율하는 회로의 과민 반응과 관련이 있다. 이들 부위는 움직임을 계획하고 미세하게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정교한 손동작이나 머리의 균형 유지에 관여한다. 이러한 회로가 과활성화되거나 억제 기능이 저하될 경우 비자발적 떨림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더불어 교감신경 항진 상태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교감신경은 스트레스 상황에 반응해 신체를 각성시키는 역할을 하며 불안, 긴장, 수치심 등의 감정이 반복되면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흥분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이때 심장박동, 호흡, 근육 긴장도 등이 동시에 높아지고, 이러한 생리적 변화가 떨림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본태성 떨림 환자 중 일부는 사회공포증이나 대인기피증, 불안장애를 비롯해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 정신과 질환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이는 떨림 증상 자체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민망함, 당황스러움, 수치심을 유발하며 이러한 감정적 경험이 심리적 위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조민정 원장은 “치료 접근은 단순히 떨림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서, 뇌신경계의 과흥분 상태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대한의학에서는 체질과 병력, 증상의 발현 시기와 부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침 치료, 한약, 약침 등을 통해 신경계 기능 안정화, 자율신경계 조절 등을 유도한다”고 전했다.
이어 “머리떨림이 있는 환자 중에는 식사 중 머리가 흔들려 음식을 입에 넣기 어려운 경우, 사진을 찍을 때 고개를 가누지 못해 얼굴이 흐릿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기, 컴퓨터 사용, 대중교통 이용 등에도 제한이 생기며 직장 생활이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손의 불편함을 넘어 일상 전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생길 수 있다. 본태성 떨림은 파킨슨병 증상 같은 퇴행성 뇌질환과는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며, 움직임을 할 때 증상이 심해지고 휴식 중에는 비교적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조민정 원장은 “수전증, 그리고 머리떨림 증상은 스스로 제어가 어렵고, 증상의 강도나 빈도가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버릇이나 습관으로 여기고 넘기기보다는, 조기에 뇌신경 및 자율신경의 이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전증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