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되면 허리나 엉덩이 통증이 유난히 심해진다는 이들이 많다. 대개는 냉방병이나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고 넘기기 쉽지만, 통증이 반복되거나 특정 양상을 보인다면 단순한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침에 허리가 뻣뻣하고 움직일수록 나아지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염증성 척추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엉덩이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 마디가 붙고 유연성을 잃게 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며, 주로 젊은 남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 증상은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부위에서 시작되는 통증으로, 일반적인 근골격계 질환과 달리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되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더 뻣뻣하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아침 기상 직후에 가장 심한 강직감을 느끼고, 하루 중 움직이면서 증상이 다소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름철에는 이러한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과도한 냉방으로 인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고, 장시간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면 관절과 근육이 수축되며 염증 반응이 더 활발해진다. 특히 허리나 골반 부위에 냉기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혈류 순환이 저해되어 통증이 심화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관절 내 윤활 기능이 저하되고, 이는 몸 전체의 유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좌우 엉덩이 부위 통증이 번갈아 나타나고, 아침마다 심한 뻣뻣함으로 움직이기 힘들지만 활동하면서 통증이 완화된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하고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변형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등이 굽거나 목이 굳는 등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줄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강직성 척추염은 혈액검사와 영상검사(MRI 등)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초기 치료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통해 통증과 염증을 조절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 생물학적 제제나 JAK 억제제 등 최신 치료제를 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규칙적인 운동이 병행되어야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격한 운동보다는 스트레칭, 수영, 자전거 타기 등 관절에 무리가 적은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특히 아침에는 관절이 굳어 있으므로, 가벼운 온찜질로 체온을 높인 후 천천히 몸을 풀며 움직이는 것이 좋다.
또한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는 실내 온도 관리에도 주의해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잠잘 때는 얇은 이불로 체온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음주나 수분 부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감염성 장 질환도 염증성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을 자극할 수 있어 음식 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산본퍼스트신경외과 백주열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여름이 되면 통증이 심해졌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대부분 일시적인 근육통이라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지만, 실제로는 강직성 척추염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 질환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척추가 영구적으로 굳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젊은 사람이라고 안심할 수 없으며, 중장년층에서도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통증이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