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절기나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는 시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성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가 원인으로, 소아기에 수두를 앓은 후 바이러스가 신체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될 때 재활성화되며 나타난다.
이 질환은 신경을 따라 한쪽으로 띠 모양의 수포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발진 부위에는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며, 때로는 송곳으로 찌르는 듯하거나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강렬한 신경통이 발생한다. 통증의 강도는 개인차가 크다.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환자는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대상포진은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발병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놓치거나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진행돼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손상된 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뇌로 전달해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로,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만성적인 고통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수면 장애, 우울감, 피로 누적 등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종로 기찬통증의학과 박재홍 원장은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법으로는 신경차단술이 있다. 신경절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완화하고 비정상적인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상포진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상포진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 번 앓고 난 뒤에도 또다시 발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이 적극 권장된다. 대상포진 백신은 발병률을 절반 가까이 낮추고, 발생하더라도 증상을 완화하며 후유증으로 진행될 확률을 크게 줄인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확률을 60%가량 낮추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전했다.
박재홍 원장은 “대상포진을 이미 앓은 적이 있는 경우에도 접종이 필요하다. 약독화 생바이러스 백신은 증상이 모두 호전된 뒤 6~12개월 이후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재발 자체를 줄일 뿐 아니라, 혹시 다시 발병하더라도 통증과 합병증이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고령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라면 예방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면역력 관리가 우선이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은 면역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50세 이상 중장년층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통해 질환 위험을 미리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박재홍 원장은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 발진으로 끝나지 않는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장기간 신경통과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발진과 통증이 나타났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예방접종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재발이 잦은 대상포진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