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진칼의 수상한 프리미엄… 이미 가진 경영권, 왜 자회사에 되팔았나?

  • 등록 2025.06.17 18: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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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부당이득 환수제’ 도입 배경

대한항공은 지난 2022년 6월, 모회사인 한진칼로부터 진에어 지분 54.91%를 6,048억 원에 인수했다. 단순한 계열사 간 지분 정리처럼 보였지만, 들여다보면 자본시장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숨겨져 있다.

 

이 거래는 진에어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였던 한진칼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진에어 지분을 넘기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 거래에서 대한항공은 진에어 주식 1주당 21,100원을 지급했다. 이는 당시 시장 종가인 16,550원보다 약 27.5% 높은 수준으로, 명백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다. 하지만 이 프리미엄은 정당한가?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한진칼이라는 지주회사의 통제 아래 있는 계열사들이다. 즉,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이고, 동시에 진에어의 모회사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권은 이미 한진칼이 갖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한진칼이 진에어 지분을 대한항공에 넘기면서 프리미엄을 붙였다는 것은, 결국 지주회사가 자회사에게 경영권을 중복해서 판 셈이 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한진칼이 자회사에게 그룹 내 자산을 비싸게 되팔아 이익을 취한 사례이다.

 

문제는 이 거래가 형식적으로는 합법이라는 점이다. 비상장사 간 거래도 아니고,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본시장과 지배구조 원칙에서 보면 명백히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다. 주주는 누구나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특정 주주(한진칼)에게만 수익을 보장하고, 그 손해는 대한항공 주주들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시 진에어는 코로나19 여파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태였다. 실적 악화, 시장 회복 불확실성, LCC 업황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프리미엄을 붙일 만한 ‘가치’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칼은 마치 외부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듯 프리미엄을 부과했고, 대한항공은 그 조건을 고스란히 수용했다. 즉, 지주사가 자회사에 계열사 구조조정 비용을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 거래는 소액주주 보호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거래임에도 진에어 일반 주주들은 아무런 매수청구권도,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실제로 거래 발표 직후 진에어 주가는 하락했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보다 못한 대우’를 받은 채 방치됐다. 최대주주 변경과 유사한 구조가 발생했지만, 의무공개매수제도 미비로 인해 소액주주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지배구조상으로도 이 거래는 수상하다.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자회사를 다른 자회사의 자회사로 옮겨 손자회사가 된다고 해서 경영권이 지주사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니다. 지주사는 여전히 자회사(대한항공)를 통해 진에어를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다시 매각한 것은, 지주사의 현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현금 창출 수단’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즉, 이 거래의 본질은 “자회사를 이용한 지주사의 유동성 확보”이며, 대한항공이라는 회사는 그 대가로 불필요한 지출과 재무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손해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한진칼은 6,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고, 대한항공은 재무구조에 부담을 지고 실적에 불확실성을 떠안았다. 이 거래를 ‘상호 이익의 그룹 내부 구조조정’으로 포장하는 것은 기만적 표현에 가깝다.

 

형식상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행위가 정당화된다면, 자본시장은 ‘법의 취지’와 ‘시장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된다. 불공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은 존재하지만, 편법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파고 든다. 결국 편법이 전략이 되고, 지배구조 왜곡이 경영의 수단이 되는 구조가 굳어지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부당이득 환수제’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다.

 

진에어 인수 거래는 이 제도의 취지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경영권’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그 비용을 자회사 주주가 부담하게 만드는 구조는 공정거래가 아닌 계열사 착취에 가깝다.

 

자본시장의 신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구조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지배구조가 공정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투자는 무의미해진다. 한진칼의 이번 거래는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히 그대로임을 보여준다.

 

이제는 ‘형식적 합법’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그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곽동신 a1@live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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