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세대 시행사 일레븐건설이 서울 용산 유엔사 부지 개발을 앞세워 장부상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실제 현금 흐름은 악화된 상태다.
회계상 순이익은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본업에서 창출된 현금은 3년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고, 부족한 유동성은 최대주주인 엄석오 회장 개인 자금에 기댄 채 이어지고 있다.
일레븐건설은 2025년 당기순이익 183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 2688억원, 2024년 - 582억원에 이어 3년 연속 현금이 빠져나갔다. 장부상 이익과 실제 자금 사정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재고자산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회사가 보유한 재고자산은 약 2조원대에 달하며, 분양 이전 단계 자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전년 대비 분양미수금이 약 1300억원, 미완성주택이 약 1700억원 증가하면서 현금 유입은 지연되는 반면 자금 투입은 확대된 모습이다.
현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회사는 오너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엄석오 회장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빌린 차입금은 982억3900만원으로, 전년 603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해당 자금에는 연 4.60~5.27% 금리가 적용되며, 연간 약 35억원 수준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가 자금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이자를 받는 형태다.
연간 이자비용은 약 994억원에 달한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 비중이 60%를 넘어,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이 금융비용으로 소진되고 있다.
이 구조는 용산 유엔사 부지 개발과 맞물려 불어났다. 일레븐건설은 해당 사업을 위해 2023년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본PF를 조달했다. 사업 부지뿐 아니라 골프장, 종속회사 지분, 미분양 자산까지 저당으로 잡히면서, 이 사업의 자금 흐름이 틀어질 경우 회사 전반의 자산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약 4만4935㎡에 주거·상업·숙박시설을 결합한 이 복합개발 사업은 토지 매입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갔다. 본PF 이전에는 브리지론을 수차례 연장하며 단기 차입으로 버텨왔고, 2023년 본PF 전환으로 조달 구조를 장기로 바꿨다.
부지 환경 이력도 잠재 변수다. 과거 정화 완료 이후 일부 오염물질이 재검출됐고, 공사 중 추가 오염 신고가 지연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절차 적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바 있다.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분양이 흡수되면 현재의 재무 부담은 공격적 선투자의 결과로 수렴된다. 분양 지연이나 자산 회전 둔화가 겹칠 경우, 장부와 현실의 간극은 더 벌어지고 유동성 압박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