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배터리 산업의 양대 산맥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나트륨이온 배터리(SIB)’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양사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인 무정전전원장치(UPS)를 1차 타깃으로 삼아, 리튬인산철(LFP) 시장을 장악한 중국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차세대 배터리 세미나(NGBS 2026) 등을 통해 나트륨 배터리의 구체적인 양산 계획과 시장 진입 전략을 공식화했다.
삼성SDI 이승우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나트륨 배터리 양산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중 공식적인 양산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SDI는 자사가 설계한 나트륨 배터리가 LFP 대비 충전 속도와 출력 성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달리 나트륨 배터리는 충전 속도를 높여도 에너지 용량이 크게 저하되지 않는 특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이재헌 상무는 2025년 1세대 나트륨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리소스를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납축전지를 대체하는 시장이나 전장용 12V·24V 제품, 그리고 UPS용 제품을 우선적인 공략 대상으로 설정했다. 특히 미국 나트륨이온 배터리 스타트업인 유니그리드(Unigrid)에 투자하는 등 기술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양사가 나트륨 배터리의 첫 전장으로 UPS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지목한 것은 철저한 실리적 계산 때문이다. 나트륨 배터리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을 활용해 리튬 배터리보다 원가를 30퍼센트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화재 안전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대비 열 안정성이 뛰어나고 영하 20도 이하의 저온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어, 데이터센터용 UPS와 같이 신뢰성이 중요한 전력 백업 시스템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나트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CATL이 1세대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하이나배터리(HiNa Battery) 등이 소형 전기차에 탑재를 시작하며 주도해 왔다. 하지만 K-배터리는 고도의 공정 기술력과 시스템 통합 능력을 바탕으로 제품 완성도와 신뢰성에서 격차를 벌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ESS와 UPS는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라며, “LFP를 넘어 나트륨으로 이어지는 저가형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