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는 식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는 병원성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칫 방심한 틈을 타 식탁 위 음식이나 조리 도구가 오염될 수 있다. 특히 비로 인해 수분이 많은 식재료가 상하기 쉬워지고, 습기 찬 주방은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된다.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 시기,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식중독은 대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 식재료가 부패하거나, 조리 중에 균이 옮거나, 보관 중 제대로 냉장되지 않으면 세균이 순식간에 번식한다. 여름철 식중독의 주요 원인균으로는 살모넬라, 장염 비브리오, 병원성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은 증상이 나타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음식물 속에서 미리 독소를 만들어내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인체에 들어와 장을 자극하면서 증상을 유발하는 유형이다. 전자의 경우, 식품이 입에 들어간 직후 비교적 빠르게 구토나 설사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세균이 장 속에서 증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 구토, 설사, 발열이다.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탈수나 고열, 혈변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이, 고령자, 만성질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대응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자가 처치를 시도하기보다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항생제나 수액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임의로 지사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에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그 어떤 계절보다도 식재료 관리와 조리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식품을 구입할 때부터 냉장이나 냉동이 필요한 제품은 가급적 빠르게 보관하고, 상온에 두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기나 생선, 계란은 5도 이하에서 보관하고, 유통기한과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조리 시 위생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생고기를 자른 칼과 도마를 그대로 채소에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리 도구는 식재료 종류에 따라 나누어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열탕 소독 등 철저한 세척이 필요하다. 손 씻기도 중요하다. 조리 전, 식사 전, 화장실 사용 후에는 흐르는 물과 비누로 최소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조리된 음식은 중심 온도 75도 이상으로 충분히 익히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어패류나 육류는 속까지 완전히 익혀야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조리 후에는 음식이 실온에 오래 방치되지 않도록 하고, 2시간 이내에 섭취하거나 냉장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남은 음식은 빠르게 식힌 후 냉장하고, 재섭취할 때는 반드시 재가열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배달 음식이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만큼 먹는 물의 위생도 신경 써야 한다. 정수되지 않은 물은 피하고, 병 음료나 캔 제품도 입구를 닦은 후 마시는 것이 좋다. 얼음도 위생 상태가 확인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정부 강앤강내과 강규근 원장은 “여름철 식중독은 대부분 간단한 위생수칙만 잘 지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지는 시기일수록 ‘손 씻기, 익혀 먹기, 끓여 먹기’의 기본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