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제국 부영…84세 이중근 회장, 29곳 겸직에 ‘오너 리스크’ 재점화

  • 등록 2025.09.15 11: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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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복귀 후 제왕적 총수 체제 강화…부실한 실적·불투명 지배구조에 우려 확산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84)이 특별사면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다시금 ‘제왕적 총수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물러났다가 복귀한 그는 현재 29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그룹 전반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하지만 고령 총수의 과도한 겸직과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오너 리스크’를 재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영, ㈜부영주택, 무주덕유산리조트, 인천일보, 더클래식CC 등을 포함해 총 29곳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형 확정 전에는 무려 33곳에서 임원직을 겸임했던 전력이 있으며, 이는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최다 수준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 LG 구광모 회장이 지주사 한 곳에만 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부영그룹은 사실상 창업주 개인의 ‘비상장 제국’이다. 이 회장이 지주사 ㈜부영 지분 93.8%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영은 100% 자회사 부영주택을 통해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한다. 부영주택 산하에는 천원종합개발, 부영유통, 무주덕유산리조트, 오투리조트, 더클래식CC, 인천일보 등이 있고, 남광건설산업과 남양개발은 회장이 직접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는 대기업집단임에도 상장 계열사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은 30대 그룹 중 부영이 유일하다. 외부 견제 장치가 사실상 전무해, 창업주의 의사결정이 곧 그룹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이 된다.

 

실적 역시 부진하다. ㈜부영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6,3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손실 1,277억 원, 순손실 1,405억 원을 기록했다. 손실폭 축소는 외화환산이익 1,755억 원에 크게 의존한 결과로, 일회성 효과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2023년에도 ㈜부영은 영업손실 2,291억 원, 순손실 2,923억 원을 기록했으며, 부영주택은 별도 기준 영업손실 2,461억 원을 냈다. 남광건설산업과 남양개발도 각각 억 단위 손실을 이어갔다. 총수가 다수 계열사를 직접 챙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영업 체질은 개선되지 못한 셈이다.

 

사법 리스크의 그림자도 여전하다. 이 회장은 2018년 1심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이 확정됐다.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으나, 2023년 8·15 특별사면으로 복귀해 불과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돌아왔다. 복권 직후 임원직을 빠르게 회복하며 지금의 29곳 겸직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또 다시 사법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그룹 전체로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고령 창업주 중심의 독점적 지배 구조가 전근대적이라며,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영 측은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여전히 경영 능력이 충분하다”며 “연륜과 경험으로 직접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IPO를 하면 주주 문제로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져 고려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곽동신 a1@live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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