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함께 산 부부인가, 남남인가... '사실혼관계 재산분할'이 마주한 가혹한 증명의 벽

  • 등록 2026.04.15 11: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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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가족 형태가 변하면서 사실혼관계 재산분할을 둘러싼 법적 소송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법정의 문턱을 넘는 순간, 어제의 배우자는 오늘의 가장 냉혹한 타인이 된다. 단순히 한 지붕 아래 살았으니 헤어질 때도 절반을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낙관이다. 사법부가 사실혼을 바라보는 시선은 생각보다 훨씬 건조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아니라, 두 사람이 대외적으로 '가족적 결합의 실체'를 갖춘 경제적 공동체였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자칫하면 수십 년의 세월을 헌신하고도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빈손으로 쫓겨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혼관계 재산분할이 성립하기 위해 넘어야 할 성립 요건의 문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판례는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 양가 부모와의 교류는 있었는지, 결혼식을 거행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부부로 불렸는지 등 혼인의 실체가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만약 한쪽은 혼인이라고 믿었지만 다른 쪽이 단순 동거로 규정해버린다면, 재산분할 청구 자체가 시작도 못 해보고 기각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재판부는 주민등록상 주소지 일치 여부나 생활비 공동 계좌의 지출 내역 같은 객관적 지표를 최우선으로 본다. 이러한 증거들을 놓친다면 관계 해소 시 자신의 정당한 몫을 주장할 법적 기반은 통째로 무너지고 만다.

 

더욱 골치 아픈 지점은 상대방이 자신의 재산을 '특유재산'이라 주장하며 방어막을 칠 때다. 혼인 전부터 가졌던 부동산이나 상속받은 자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사실혼 기간이 짧을수록 이 벽은 더욱 단단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기여도의 법적 증명이다. 상대방 명의의 재산이라 할지라도 내가 그 가치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치로 보여주지 못하면 법원은 보수적인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전문 지식 없이 감정에 호소하며 대응하다가는 상대방의 교묘한 재산 은닉 시도를 막지 못하거나 자신의 헌신을 과소평가받아 정당한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사실혼은 법률혼과 달리 별도의 이혼 신고가 없기에, '언제 관계가 끝났는가'를 확정 짓는 것이 승소의 결정적 열쇠가 된다. 재산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산을 빼돌리기 전에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인정받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포렌식이나 금융 조회를 통해 숨겨진 자산을 색출하는 과정이 병행되는데 대응이 늦어지면 상대방에게 자금을 세탁할 충분한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된다. 벼랑 끝에 선 상황일수록 억울함을 토로하기보다 사실관계의 법률적 재구성을 통해 재판부의 시각을 우리 쪽으로 돌려세우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나아가 사실혼 해소 시 발생하는 위자료 청구 역시 재산분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상대방의 유책 사유로 인해 관계가 파탄 났음을 입증하는 것은 위자료 액수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증거 확보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다가 오히려 형사 처벌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적법한 절차로 상대방의 부정행위나 유책 사유를 입증하고 이를 경제적 배상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대표변호사는 "사실혼관계 재산분할의 싸움은 법률혼보다 훨씬 고독하고 치열하다. 상대방이 당신과의 삶을 그저 잠시 스쳐 간 동거로 깎아내릴 때, 두 사람이 부부 사이였음을 주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이 명백한 '부부의 삶'이었음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사실혼의 징표들을 법리적으로 엮어 재산분할의 판 자체를 키워야 한다. 가사에 전념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자산을 형성하고 지탱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있으므로 스스로의 권리를 섣불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곽동신 a1@live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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