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한남동에 있던 외교부 장관 공관을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로 내주었던 외교부가 최근 장관공관 일부를 재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외교행사 차질은 물론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평택시갑)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올해 6월 3억 2천만 원을 들여 삼청동에 있던 외교부 장관 주거동을 궁정동으로 옮겼다.
외교부 장관 공관은 장관이 거주하는 주거동과 외교 행사를 치르는 행사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주거동을 궁정동으로 옮기면서 행사동은 그대로 삼청동에 남겨두어 외교부 장관 공관이 사실상 분리된 것이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기로 결정하면서 대통령 관저를 새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육군 참모총장 관저를 검토했으나 명확한 경위 없이 한남동에 있던 외교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로 결정됐다 . 이에 따라 외교부는 삼청동에 위치한 기존 대통령 비서실장 관저로 장관 공관을 이전했으며 행사동과 주거동 정비에 각각 15억 5천만원, 3억 5백만 원이 소요됐다.
당시 국회에서는 이미 외교부 장관 공관의 졸속 이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먼저, 이전이 결정된 삼청동 공관 행사동은 한남동 공관과는 달리 대규모 외교 행사 개최에 적합하지 않고 장기간의 공사가 불가피해 외교 행사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또한 외교부 장관 공관 특성상 외빈 방문이 잦음에도 삼청동 공관의 위치 자체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홍 의원실이 외교부 등 관계 부처에 확인한 결과, 삼청동 공관 행사동은 올해 8월에 들어서야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으며 그간 외교 행사는 약 81억 3천만원을 들여 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외교부 장관 주재 호텔 행사료 약 24억 3천만원의 세 배가 넘는 액수다.
또한 삼청동 공관 주거동은 작년 말부터 궁정동으로 이전을 검토하여 올해 1월부터 본격 이전에 착수, 6월에서야 공사가 완료됐다. 3억을 넘게 들여 꾸린 삼청동 주거동은 1년 3개월 만에 빈집이 된 것이다. 새로 이전한 궁정동 주거동은 윤석열 정부 시작부터 비어있던 국유 건물로 처음부터 입주했다면 낭비되지 않았을 예산이다.
이렇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외교부는 해당 예산 집행과 관련하여 예산 심의권을 가진 국회에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았다.
홍 의원은 "22년 11월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진입로 협소 및 접근성 관련하여 확장 공사 등 이를 시정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외교부는 그러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혀놓고 접근성을 이유로 공관 주거동을 이전한 것이다" 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청동 공관 행사동 역시 여전히 접근성과 주차 편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라며 "행사동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향후 중요한 행사는 계속 호텔이나 다른 곳에서 진행된다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는 끊임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