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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HL홀딩스, 오너 일가 사모펀드에 2,170억 지원… '편법 승계' 의혹

HL홀딩스(옛 한라그룹)가 정몽원 회장의 자녀들이 설립한 사모펀드(PEF) 로터스PE에 2,170억 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펀드는 더블유씨피(WCP) 등 다수 기업에 투자했지만, 4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HL홀딩스는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면서, 특수관계 공시 의무를 피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HL홀딩스는 2021년부터 계열사인 HL D&I와 HL위코를 활용해 로터스PE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1,000억 원을 투자한 더블유씨피에서만 800억 원의 평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집행이 내부적으로 제대로 검토되었는지, 그리고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여부다.

 

 

특수관계 공시 누락… '우연'인가, '의도'인가
HL홀딩스는 2022년 2분기까지 로터스PE를 특수관계자로 공시했으나, 이후 돌연 명단에서 제외했다. 회사 측은 "단순한 표기 생략"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를 고의적인 누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수관계 공시가 유지되었다면, HL홀딩스의 주주들과 기관투자자들은 오너 일가의 사모펀드로 자금이 흘러가는 사실을 일찍 인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시가 누락되면서, 기관투자자들도 뒤늦게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HL홀딩스가 회삿돈을 투명하게 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로터스PE의 투자 역량… '정당한 투자'인가, '경영권 승계 포석'인가
로터스PE는 2020년 설립됐으며, 정몽원 회장의 장녀 정지연 씨와 차녀 정지수 씨가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전문적인 금융·투자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로터스PE는 HL홀딩스의 자금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가져갔지만, 정작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더블유씨피 투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더블유씨피 주가는 2022년 상장 당시 6만 원에서 현재 80% 이상 하락했다. 로터스PE는 상장 전 프리IPO 단계에서 7만~8만 원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HL홀딩스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주 이익 보호는 뒷전… 오너 일가만 이득?
로터스PE가 투자한 펀드가 손실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펀드를 통해 오너 일가는 일정 부분 성과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60억 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이 중 일부는 배당을 통해 정 회장의 두 자녀에게 돌아갔다.

 

 

HL홀딩스의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결국 오너 일가는 리스크 없이 수익을 가져가고, 주주들은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HL홀딩스가 오너 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HL홀딩스는 이번 사안에 대해 "특수관계 공시 생략은 고의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 해명이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HL홀딩스는 ▲왜 직접 투자하지 않고 계열사를 우회하여 투자했는지 ▲로터스PE의 투자 역량과 성과보수 기준은 무엇인지 ▲주주들에게 사전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했는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행위인지에 따라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논란이 아닌 법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며, HL홀딩스가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명한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편법 승계' 사례로 남을지는 HL홀딩스의 앞으로 대응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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