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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의 상식을 깨다”… 와사비잎으로 고기 문화를 재창조한 ‘와싸라비아’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인근에서 독특한 이름과 콘셉트의 삼겹살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와싸라비아(Wasaravia)’라는 이 식당은 기존의 상추, 깻잎을 대신해 와사비잎을 쌈채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자극적인 이름만큼이나 식재료의 선택에서도 기존 외식 문법을 과감히 탈피한 이 브랜드의 탄생에는 조준형 대표라는 외식업 3세대의 실험정신이 깃들어 있다.

 

조준형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유서 깊은 집안 출신이다. 광화문 메밀국수 전문점 ‘미진’을 창업한 큰할머니, 충무로의 영화배우들이 드나들던 식당을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음식과 외식 문화에 대한 감각을 일찍부터 체득해왔다. 그러나 단순한 가업 승계가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의 ‘고기 문화’를 구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와싸라비아는 조 대표 개인의 창조적 도전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고기쌈의 본질이었다. “기름진 삼겹살을 상쾌하게 잡아줄 수 있는 재료를 오래 찾았다”는 조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와사비잎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회나 초밥의 양념으로만 알려진 와사비는 뿌리뿐 아니라 잎과 줄기에도 독특한 풍미와 건강 기능성이 담겨 있다. 특히 와사비잎은 항산화, 항염, 소화 촉진, 콜레스테롤 제거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식재료로, 고기의 느끼함을 잡는 데 탁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이러한 발상은 단순한 재료 선택을 넘어선 외식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조 대표는 신선한 와사비잎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식당 옆에 스마트팜을 직접 구축했다. 와사비잎을 당일 재배·수확하여 바로 식탁에 올리는 시스템은 농산물 공급망에 민감한 외식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구조이며, 품질관리와 차별화의 측면에서 매우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선함과 건강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으로 작용한다.

 

와싸라비아 의왕 본점은 단순한 식당의 개념을 넘어,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복합 외식 문화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약 9,000평에 달하는 부지에는 식당 외에도 당나귀 체험장, 산책로, 힐링 벤치, 대형 주차장 등 다양한 체험 요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공간과 시간을 함께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 외식’으로의 진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말마다 가족 단위 고객이 붐비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응도 단순히 ‘색다른’ 수준을 넘어 ‘기억에 남는 외식 경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러한 브랜드 철학을 외식기획사 ‘디트럭(D Trucks)’과 함께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단순히 가맹점 숫자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와사비잎을 중심으로 한 고기쌈 메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사이드 메뉴와 식문화 콘텐츠를 동시에 확장할 전략이다. 그는 “미나리 삼겹살처럼, 와사비잎 삼겹살이 하나의 외식 트렌드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외식 브랜드로서의 청사진을 내비쳤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외식업계가 간과하거나 고정관념에 빠져있던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고기쌈의 본질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식재료의 조합을 통해 감각과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접근은 외식 문화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외식 공간을 단순한 소비의 장이 아닌, 체험과 힐링, 관계 형성의 무대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조 대표의 철학은 향후 외식업계의 변화를 가늠하게 한다.

 

삼겹살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익숙하고 널리 소비되는 메뉴 중 하나지만, 동시에 변화 가능성이 가장 적다고 여겨졌던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와싸라비아’의 등장은 이 시장에 던지는 신선한 질문이자 도전이다. 조준형 대표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식문화 전반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다. 그가 던진 작은 잎 하나—와사비잎—는 지금 대한민국 외식업계에 조용하지만 강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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