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은 땀과 분비물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특히 외음부 주변은 통풍이 어렵고 습기가 쉽게 고이는 구조적 특성상 세균 증식에 취약하다. 여기에 휴가철이라는 환경적 특성이 더해지면 여성의 생식기 건강에는 여러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위생 환경이 겹쳐지면서 질염, 골반염, 성병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시기다.
여름철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는 질염이다. 그중 세균성 질염과 칸디다성 질염은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세균성 질염은 유익균이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하며, 회색 또는 노란 분비물과 비린내가 특징이다. 반면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이 원인이며, 가려움증과 함께 흰색 치즈 같은 분비물이 증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휴가철에는 클라미디아, 임질균, 트리코모나스 등과 같은 성병 감염률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 시 자궁경부염이나 골반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불임이나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골반염은 방광염이나 질염과 달리 복부 통증, 발열, 질 출혈을 동반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포커스엘여성의원 김인영 대표원장은 “여성 생식기 질환의 진단은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질 수 있다. 질 분비물 검사, 자궁경부 세포검사, 초음파 등을 통해 염증 소견과 병원균 존재 여부를 확인한 후, 정확한 진단명에 따라 항생제나 항진균제 등의 약물 치료가 진행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재발 가능성이 높고, 상부 생식기로 염증이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자가 판단보다는 의료진의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땀이 많이 나는 계절에는 속옷을 자주 갈아입고, 통풍이 잘 되는 면 소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다중시설, 해수욕장, 수영장 이용 시에는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용 후에는 바로 씻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또 생리 전후에도 세정이나 위생 상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름철에는 외부 활동이 많고 피부에 열이 많은 상태가 지속되기 쉬워, 질 내부의 환경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질 내부는 산성 환경을 유지해야 균형이 유지되는데, 땀•습기•자극성 화장품 등 외부 요인이 반복되면 이 균형이 깨지고 염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극이 강한 여성청결제보다는 pH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과도한 세정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 건강은 계절 변화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만성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그리고 평소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여성 생식기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