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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만수동 은행나무 도당제, 800년 역사 이어갈 ‘만의골 도당제’로 부활

김혜경 보존회장, 45년간 무속인의 길 걸어온 삶과 도당제 복원의 의미 밝혀

 

오는 8월 23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 은행나무 아래에서 800년의 역사를 지닌 '만의골 도당제'가 새롭게 시작된다.


잊혀 가던 전통을 복원하고 계승하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만의골 도당제 보존회 김혜경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28세에 신을 받은 이래 45년간 무속인의 길을 걸어오며 겪었던 파란만장한 삶과 이번 도당제 복원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고난 속에서 시작된 무속인의 삶, 신령님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다


김혜경 회장은 28세에 신을 받았지만, 어린 나이에 찾아온 신내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많은 고생을 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10년 전, 신령님에게 혹독한 벌점을 받아 다리를 못 쓸 정도로 아팠던 경험은 그에게 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신령님한테 진짜 맞았다고요. 넌 이 길을 안 가면 맞아야 한다고. 병원에 가도 겉은 멀쩡하다고 하는데, 3일 동안 다리를 못 썼어요. 그때 친구가 저를 돌봐주면서 많은 도움을 줬죠. 그 뒤로는 신령님 말씀에 작은것도 거역하지 않게 됐습니다."


김 회장은 그 경험을 통해 신의 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45년간 이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그의 삶은 신령님의 혹독한 가르침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무당의 세계는 매력적… 김혜경이라는 이름 남기고 싶어"


오랜 시간 무속인의 삶을 살아오면서 김 회장은 무당이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갖게 됐다.


"대통령도, 의사도 못 해주는 것을 우리는 다 해내요. 죽은 사람도 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매력적인 직업을 넘어, 그는 자신이 걸어온 이 길을 더욱 발전시키고 후대에 이어주고 싶은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신의 길을 오래 가다 보니까, 이대로 그냥 썩히기가 너무 아까운 거예요. 김혜경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죽어도 '아, 그분 정말 괜찮았어'라는 이름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런 계기를 항상 기다리고 있었는데, 만의골 도당제 보존회를 시작하면서 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김 회장은 마니골 도당제 복원을 통해 소외된 이들을 돕고, 무속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며, 전통신앙의 문화를 더욱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800년 된 은행나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만의골 도당제'


만수동 은행나무는 800년이 넘은 고목으로, 과거부터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던 신성한 장소였다.


김 회장은 이 은행나무가 과거 돌림병이 돌 때 사람들이 빌어서 병을 낫게 했던 곳임을 강조하며, 단순한 도당제가 아닌 '만의골 도당제'로서의 의미를 부여했다.


"옛날에는 바다였던 이곳에 돌림병이 돌면 사람들이 은행나무에 빌었고,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의 평안을 빌고, 옛 전통을 이어가는 선황(仙隍)이나 마찬가지예요."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이 은행나무를 통해 김 회장은 우리 시대의 역사가 다시 탄생하고, 신앙의 맥을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만의골 도당제를 통해 무속 문화를 국대민화(國大民化)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역 주민과의 화합,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되길"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김혜경 회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무속 행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선입견과 배척적인 시선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아무래도 무당의 무속 행위 자체에 대한 옛날부터 내려오던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번 만의골 도당제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무속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교식 제사가 주를 이루던 사회에서, 우리의 전통 신앙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도당제를 계기로 우리의 전통을 계속 고전(古典)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도 무속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죽어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길"… 무궁한 발전을 꿈꾸는 만의골 도당제


김혜경 회장은 만의골 도당제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후대에까지 계승돼 무궁히 발전하기를 염원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이 행사가 계속 이어지고, 제가 1세대이지만 2세대, 3세대가 계속 이어서 계승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맥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8월 23일 열리는 만의골 도당제는 우리의 토속 신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과거 할머니들이 빌던 방식부터 신명나는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행사가 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를 통해 조상들의 희로애락을 풀어내고, 참가자들이 함께 즐기는 민속 한마당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혜경 회장은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진짜 멋진 무속인이 되고 싶다"고 답하며, 자신이 죽어서도 '김혜경 회장, 멋있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제가 죽어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명맥을 만들어야죠. 여러분들이 많이 참석해주시면 좋겠고, 지역 주민 여러분들과 서로 싸우지 말고, 즐겁게 어울리는 민속 한마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대동제 하듯이 말이죠."


김혜경 회장의 뜨거운 열정과 깊은 소망이 담긴 만의골 도당제가 인천을 넘어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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