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이 김정균 대표 체제에서 ‘우주의학’을 신성장동력으로 천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김 대표는 보령을 단순한 제약회사를 넘어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미국 민간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두 차례에 걸쳐 816억 원(6,000만 달러)을 투자해 2.68%의 지분을 확보했고, 이후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BRAX Space)를 설립하는 등 총 1,000억 원을 우주사업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수익 창출이나 사업화된 기술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안한 파트너, 액시엄 스페이스의 실적과 재무 리스크
특히 보령의 전략적 파트너로 꼽히는 액시엄 스페이스의 경영상황은 추가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Axiom은 2024년 기준 약 4.36억 달러의 연 매출을 기록하며 빠르게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 기반은 불안정하다. 민간 우주비행 사업의 고비용 구조로 인해 임무당 약 5,500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경영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향후 우주정거장 모듈 구축 및 상업화 일정 역시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령이 투자한 액시엄은 향후 우주 인프라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자산으로서의 안정성이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실적 악화와 비용 부담…주가 부양도 실패
사업 구조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재무 지표 역시 부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령의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4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33.2% 급감했다. 회사 측은 일라이릴리로부터 도입한 폐암 치료제 ‘알림타’의 생산 전환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 R&D 및 마케팅 지출 증가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지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우주사업에 대한 투자로 인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주가 역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단독 대표 취임 이후 102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시도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 곡선을 그렸다. 2025년 초 1만 원을 넘던 보령 주가는 17일 현채 약 13.5% 하락해 8천원 중후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내부 실행 역량과 조직 기반의 불확실성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한 투자 파트너에 기반한 보령의 우주사업이 독립적 전략을 갖추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보령은 우주사업 전담 TFT와 외부 협력 네트워크를 운용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우주산업 경험과 기술적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이 안정적으로 조직에 정착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CIS 챌린지, 스타트업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은 액시엄이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스타버스트의 도움을 받아 시작하였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역시 대부분 아이디어 공모전이나 이벤트 성격에 가깝고, 산업적 차별성과 기술적 내실 측면에서는 한계점을 나타내고 있다.
본업에서도 한계 노출…바이오 신약·카나브 리스크 병존
보령은 항암제 부문에서 4년간 매출이 3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이는 대부분 제네릭 및 오리지널 제품 확장에 따른 결과이며, 바이오 신약 개발이나 글로벌 시장 진출과 같은 근본적 경쟁력 확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이오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해 매각하였으나 제약사업의 중심 축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역시 복제약 출시와 약가 인하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현재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약가 인하가 8월까지 유예됐지만, 이후 매출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령의 우주사업은 외형상으로는 혁신과 도전이라는 상징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략, 실행, 수익성 어느 측면에서도 아직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파트너사인 액시엄 스페이스 조차 불안정한 재무 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보령의 지속적 투자는 당장 회수 가능성과 연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