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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숲의 리듬으로 쓴 인생의 문장들 — 《숲에서 인생을 배우다》(김종욱 지음)

김종욱의 《숲에서 인생을 배우다》는 숲이 던지는 조용한 메시지들을 길어 올려 우리 삶의 균형과 존재방식을 다시 물어보게 한다. 언론인의 시선과 숲해설가의 감각이 겹겹이 쌓여 빚어낸 이 책은, 다섯 개 장을 통해 자연 속 존재들이 지닌 삶의 태도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우리에게 전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래는 각 장이 품은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해설과, 책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제1장 '나무는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다'. 숲속의 나무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그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뿌리를 뻗고 가지를 뻗는다. 이 장에서 저자는 나무의 존재 자체를 삶의 태도로 읽어낸다.

 

“우리는 흔히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듣는다. … 나무들은 같은 숲에 빼곡히 들어서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햇살을 받고 물과 양분을 흡수해 살아간다.” 
이 문장은 나무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줄여 주며, 단순한 비유를 넘어 삶의 자세로 확장된다.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다른 나무의 높이와 속도에 자신의 기준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이 이 장의 중심이다.

 

제2장 '더불어 살아가는 숲의 지혜에서 숲은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조직이다. 나무와 풀, 곤충과 바람이 서로 얽히며, 보이지 않는 연결망 속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공존의 의미를 강조한다. 

 

“억지로 앞서가려 하지 않고, 화려하게 돋보이려 하지도 않는다. 단지 주어진 자리에서, 주어진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잎을 키우며 살아간다.” 
숲 전체의 삶이 어떻게 자기 역할을 유지하며 조화를 이루는지를 환기시킨다. 숲 속 조용한 상호작용이야말로 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질서이자 연대의 방식이다.

 

 

 

제3장 '익숙함을 벗어나야 비로소 성장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정체된다. 숲은 늘 새로움을 품은 존재다. 저자는 익숙하고 안정적인 영역을 떠나 변화를 감수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안전하고 익숙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당장은 편안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익숙함과 안락함 뒤에 숨겨진 위험을 일깨운다. 숲의 존재들은 늘 작은 틈을 비집고 나아가며 자신만의 공간을 개척해 간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변화는 위협이 아니라 가능성의 문이다.

 

제4장 '꽃은 자신이 피어날 시간을 선택한다'. 모든 꽃은 자신만의 때가 있다. 앞서가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강요받을 필요는 없다. 

 

“새벽이슬이 맺힌 정원에서 나팔꽃을 만나 본 사람은 그 신비로운 광경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꽃은 활짝 피우고 햇살이 점점 강해지면 꽃을 말아 버린다. 왜 이렇게 행동할까? 이는 이른 시간에 활동하기 시작하는 벌과 나비 등에게 주목받기 위해서다.” 


이 묘사는 꽃이 자신이 피어날 시간과 조건을 스스로 선택하는 본능을 드러낸다. 인간에게도, 삶의 타이밍이 있음을 일깨우는 구절이다. “모두 같은 속도로 피어야 한다”는 강박은 숲에선 허락되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은 기다림과 가능성의 세계다. 씨앗은 작은 껍질 속에 무한한 생명의 가능을 품는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씨앗은 단순한 식물의 번식 수단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생명의 타임캡슐이며 … 수십 년 수백 년 때로는 수천 년을 기다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문장은 기다림의 가치를 찬미한다. 삶 속에서 즉각적인 보상을 바라기보다는 작은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자신만의 시공간을 견디는 것이야말로 깊이 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암시한다.

 

이처럼 책은 각 장에서 숲속 존재들이 지닌 태도와 리듬을 차례로 보여주며, 속도와 경쟁이 지배하는 우리 시대에 다름과 느림의 미덕을 복원하려 시도한다. 인용된 문장들이 글의 무게를 더해 주며, 저자의 사유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저자 김종욱 약력

김종욱은 KBS 공채 9기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SBS·YTN·iTV 등 주요 방송사를 거치면서 보도국 차장·부장·보도국장·편성국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약 30년간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현장을 누볐으며,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언론인 시절에도 틈틈이 숲을 찾았고 자연을 관찰하며 사유를 쌓았다. 이후 차의과학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방송 인재 양성에 힘썼고, 현재는 국립수목원과 유명산자연휴양림 등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삶은 ‘속도를 좇던 언론인’에서 ‘숲의 리듬을 경청하는 사유자’로 나아간 궤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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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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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세

용문사의 은행나무 나이가 1천년이 지났다. 나무는 알고 있다. 이 지구에서 생명체로 역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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