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연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 심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메리츠증권의 ‘고금리 비즈니스 모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신청 회사들에 대한 심사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외부평가위원회와 실지조사 등 규정상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 가급적 연내 심사 결과를 내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번 심사는 금융위원회 접수부터 외부평가위원회 심의, 실지조사,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그리고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에 이르는 다단계 절차를 거친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행어음 인가 심사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의 행보에 유독 시선이 쏠린다. 발행어음 인가가 단순히 단기자금 조달 효율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그동안 메리츠가 구축해온 ‘고금리 구조화 금융’ 모델을 한층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1년 이내 단기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다.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단기 조달이 가능하며, 이 자금은 기업대출·부동산금융·M&A 자금 등으로 운용된다. 문제는 조달비용이 낮아지더라도 운용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가 저리 조달 구조를 확보하면, 기존의 고금리 운용 모델에 레버리지를 얹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메리츠의 수익 구조는 기본적으로 고금리 대출과 각종 수수료 중심으로 짜여 있다. 단기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기업에 자금을 신속히 공급하고, 담보를 강하게 설정해 회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구원투수’지만, 구조적으로는 위험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대표적 모델이다.
홈플러스에 1조3000억 빌려주고 10개월 만에 2560억 회수… 결국 회생절차로 이어진 메리츠 고금리 대출
대표적인 사례가 홈플러스다. 2024년 5월, 메리츠는 홈플러스에 1조3,000억 원을 대출하며 전국 68개 점포 부동산을 담보로 잡았다. 연 8%의 고정금리에 조기상환수수료가 최대 14%까지 부과됐다. 인출·취급·조기상환수수료가 더해진 ‘3중 수익 구조’였다. 불과 10개월 만에 메리츠는 이자 750억 원, 수수료 460억 원 등 총 1,200억 원 이상을 거둬들였고, 원금 일부를 포함한 누적 회수액은 2,56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매년 2,000억 원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미상환 대출금 1조2,100억 원에 미지급이자 861억 원이 더해졌고, 메리츠는 법원에 1조3,000억 원의 채권을 신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구조가 기업의 숨통을 조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3년 롯데건설이 PF 부실로 자금난을 겪을 때도, 메리츠는 10%대 금리로 1조5,000억 원을 공급했다. 당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이유로 대출을 꺼리던 상황이었지만, 메리츠는 빠르게 자금을 집행하며 담보권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에도 2024년 1조 원 규모의 단기 대출을 실행했는데, 금리는 6.5%에 달했다. 같은 시기 국내 AA급 회사채 금리가 3%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등급 대비 두 배 수준이었다.
이외에도 한진중공업, 현대산업개발, 중견 시행사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마다 메리츠는 ‘구원자’처럼 등장했다. 단기적으로는 숨통을 틔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금흐름을 더욱 경직시키고 재무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메리츠의 계약 조건은 일반적으로 △10%대 금리(수수료 포함) △대출 기간 중 금리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스텝업(step-up)’ 조항 △지분 및 자산 담보 병행 등이 포함된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고위험 차주를 상대로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지만, 차주 입장에서는 ‘벗어나야 하는 조건’이 된다.
메리츠 대출 이력’이 신용평가 리스크로… 투자기관들, 차주 기업 심사 강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거래 이력이 차주 기업의 평판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어려울 때는 유용한 선택이었지만, 메리츠 자금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정적 신호로 인식된다”며 “리파이낸싱 검토 시 기존 대출기관이 메리츠일 경우 재무 불안으로 판단해 심사를 더 엄격히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투자기관은 내부 신용평가 기준에 ‘메리츠 조달 이력’을 별도 리스크 항목으로 반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메리츠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저리 조달 기반을 확보하더라도, 운용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리스크는 되레 커질 수 있다”며 “조달비용이 낮아져도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수익은 늘지만 차주 부담과 평판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인가 심사에서내부통제, PF 익스포저, 사법리스크를 집중 점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