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특수관계사 거래 활발… 이익은 집중, 책임은 분산
전문가 “오너가 물러나야 투명경영 가능… 내실 회복이 급선무

올해 수주액 1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힌 대보건설이 정작 재무 지표와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심각한 경영 불안정을 드러내고 있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외형 성장에 실패하고, 수익성이 급락했으며, 영업활동 현금흐름마저 큰 폭의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보건설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제30기) 감사보고서를 보면, 대보건설의 매출액은 2023년 1조861억 원에서 2024년 1조434억 원으로 약 427억 원 감소했다. 외형이 줄어드는 동안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2억 원에서 193억 원으로 약 34% 감소해 영업이익률이 1.8%로 떨어졌다.
이익이 줄고 현금이 새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13억 원에서 2024년 - 471억 원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주된 영업활동에서조차 현금이 500억 원 가까이 순유출된 셈으로, 이는 단순한 일회성 적자가 아닌 수익 구조 자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로 읽힌다. 부채비율 역시 365%를 넘어서며 재무적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대보건설의 지배구조는 ‘대보유통 → 대보실업 → 대보건설’로 이어지는 피라미드형 가족 체계다. 대보건설의 최대주주는 대보실업(지분 91.1%)이며, 대보실업의 최대주주는 대보유통(지분 약 49%)이다. 대보유통은 최등규 회장이 59.66%, 배우자 오수아 씨가 28.07%를 보유해 사실상 부부 중심의 지배체제가 완성된다. 이 구조는 책임은 모호하고 이익은 오너 일가로 집중되는 전형적인 가족 사유화 모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그룹의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오너에게 귀속되고, 경영진 교체를 통해 책임만 분산된다”는 말이 나온다.
감사보고서 주석에 따르면, 대보실업 등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용역수익, 수수료수익, 토지사용료 등 내부거래가 다수 확인되며, 이는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오너 일가의 이해가 우선시되는 구조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한 회계전문가는 “이익은 지배주주 일가와 밀접한 계열사로 집중되고, 경영 책임은 분산되는 구조”라며 “실적 부진과 현금난이 심화되는 시기에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는 투명성을 저해하고 경영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대보건설은 지난 3년간 대표이사를 세 차례 교체하며 조직 혼선을 키웠다. 2022년 김원태 전 DL건설 본부장이, 2023년 권오철 건축본부장이, 2024년 김성호 전 남광토건 부사장이 연이어 대표직을 맡았다. 대표가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교체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 “사고나 실적 악화 때마다 CEO를 바꿔 책임을 분산한다”는 내부 불만이 제기된다.
안전관리의 고질적인 부실도 여전하다. 2021년 화성 병점 복합타운 현장 근로자 추락사, 2022년 송파 공사현장 롤러 끼임사, 2023년 평택 고덕 아파트 현장 파일 낙하사고 등 매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특히 2023년 인천 검단 주차장 붕괴사고로는 경기도로부터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대보건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로 반복 조사했으며, ‘안전불감증이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보건설 최등규 회장은 2015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2017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전력이 있다. 오너의 형사 리스크가 여전히 회사 평판을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2020년에는 대보건설이 200억 원대의 대규모 배당을 실시해 대보실업과 대보유통으로 현금이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되며 ‘자금 사유화’ 논란도 불거졌다.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배당은 유동성을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지금 대보건설에 필요한 것은 외형 확장이 아니라 내실 회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채비율이 300%를 넘고,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사고까지 반복되는 것은 경영 통제 실패의 신호”라며 “오너 일가가 한 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보건설은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신뢰 회복과 투명경영으로 내부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