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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작가, 스무 번째 개인전 〈기원-존재〉 개최... '사라짐 속의 존재'를 묻다

 

화가 김복동이 이달 말부터 서울과 나주에서 스무 번째 개인전 <기원-존재(Origin–Existence)>를 잇달아 개최하며, 청년기부터 이어온 ‘존재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집약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로 소멸해가는 생명들을 캔버스에 세밀하게 되살려내며, 현대 문명을 향한 강력하고 고요한 증언을 펼쳐 보인다.

 

전시는 2025년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3층 G&J갤러리에서 먼저 열리며, 이어 2025년 11월 8일부터 11월 29일까지 나주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김복동 작가의 회화는 ‘존재의 기원’을 묻는 철학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젊은 시절 여수의 산과 바다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그는, 이후 중년기에 접어들며 신앙을 통해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신비를 해석했으며, 이 시기 그의 화폭은 인간의 내면을 상징하는 성상(聖像)적 이미지와 영적 상징으로 채워지며 회화는 곧 기도문이 되었다.

 

그러나 예순을 넘긴 현재, 김복동의 예술은 다시 자연으로 회귀했으나, 그 대상은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닌 사라져가는 생명들의 마지막 초상이다. 작가는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경고한 ‘존재의 망각(Seinsvergessenheit)’을 회화로 옮겨와 인간의 탐욕으로 소멸하는 생명들을 세밀한 묘사를 통해 기록하며, 그의 그림 속 동식물들은 문명의 그림자 속에서 ‘존재를 다시 선언하는 생명체’로 거듭난다.

 

미술평론가 장 피에르는 김복동의 회화를 “사라짐을 응시함으로써 존재의 무게를 일깨운다. 그것은 기록이자 기도이며, 동시에 저항이다”라고 평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기록자의 집념, 성직자의 기도, 그리고 저항자의 윤리가 함께 깃들어 있다.

 

작가는 현대미술의 추상적 경향 속에서도 사실주의적 회화를 고수하지만, 이는 단순한 모사(模寫)가 아니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그는 ‘사라지는 것들의 본질’을 붙잡으며, 그의 회화는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닌, ‘보이지 않게 된 것’을 기억하는 장치가 되어 회화의 전통 속에 새로운 생명윤리를 불어넣는다.

 

그의 예술은 궁극적으로 사라진 것들을 화폭에 되살리는 기록, 존재의 존엄을 되새기는 기도, 그리고 무책임한 시대를 향한 조용한 저항이라는 세 가지 층위를 지닌다.

 

이번 개인전 <기원-존재>는 청년기의 자연, 중년기의 신앙, 그리고 노년기의 생명 윤리가 겹쳐지는 작가의 예술 인생을 집약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의 연속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붓과 물감이라는 단순한 매체를 통해 현대 기술보다 더 강렬한 증언력을 가지며, 생명을 향한 윤리적 응시를 담아낸다. 그의 신앙은 이제 자연과 인간, 신과 생명을 하나의 관계망으로 보는 생태신학적 사유로 발전하여, 미술이 단순한 미적 향유를 넘어 생명과 존재의 윤리를 다시 쓰는 일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김복동의 회화는 결국 우리 시대 가장 고요하면서도 강력한 증언으로 남으며, 미술이 단지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기억하게 하는 일’임을 일깨운다.

 

(글. 금보성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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