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미술관(관장 안재혜)은 2025년 첫 기획전으로 김숙경, 이지현 두 작가의 초대전 《내 안의 나: 꿈의 단어들을 상상해요》를 4월 16일부터 6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전통 한국화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해온 두 중견 여성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총 34점의 평면회화를 선보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예술적 언어를 펼쳐 보인다.
전시 제목인 ‘내 안의 나’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사회적 역할과 자아실현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내면의 여정을 의미한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미적 감각과 시선으로 전통과 현대, 현실과 이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람자 각자가 가진 내면의 자아를 마주할 수 있는 사유의 장을 제공한다.
김숙경 작가는 분채 등 전통 한국화 재료를 사용해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 회화를 선보인다. 그녀의 작품에는 꽃, 새, 나비, 실타래, 인형, 거울과 같은 상징적 오브제가 자주 등장하며, 이는 단순한 장식 요소를 넘어 삶의 본질과 여성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특히 꽃은 생명력, 새와 나비는 자유로움, 실타래는 순환하는 삶을 의미하며, 작가는 이러한 전통적 상징을 현대적 맥락으로 재코드화(re-code)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작품 속 여성들은 섬세한 색감과 화사한 묘사를 통해 마치 동화 속 공주처럼 묘사되지만, 이는 단순한 이상화가 아닌 여성의 욕망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김숙경은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자아와 세계를 탐구하며, 사회가 부여한 틀 너머의 존재로서 여성을 이야기한다.
김숙경, 포스트우머니즘, 2025
이지현 작가는 대중문화 속 캐릭터와 이미지들을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풀어내며 현대인의 정서에 유쾌한 위로를 전한다. 아톰이나 미키마우스와 같은 친숙한 만화 캐릭터부터, 오늘날 키덜트 문화를 대표하는 베어브릭까지 그녀의 회화 속 소재들은 동심을 자극하고 관람자에게 즐거움과 치유를 동시에 선사한다. 키덜트(kidult)란 아이와 어른의 합성어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감성과 놀이 문화를 즐기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뜻하며, 이지현은 이 현상에 주목해 과거의 행복한 감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가는 동심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잠시 유예시키고, 개인의 욕망과 이상을 반영한 회화적 유토피아를 제안한다.
이지현, Amuse23, 2025
이번 전시는 김숙경과 이지현 두 작가가 각자의 시선과 조형 언어로 현실을 기반으로 한 환상의 세계, 그리고 잊고 지낸 자아를 회화로 구현한 점에서 특별하다. 서로 다른 색채와 형식을 지녔지만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자아의 본질에 다가간다. 현실에서 이탈한 가상의 공간, 어린 시절의 기억, 이상향으로서의 내면 세계를 화폭에 담아낸 이들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밝은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안상철미술관에서 6월 15일까지 진행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입장료는 성인 5,000원, 학생 및 청소년은 3,000원이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자아와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진짜 나’를 상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