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자산 리밸런싱’을 명분으로 소상공인 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동시에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인터넷전문은행 투자에는 과감히 나서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산 건전성을 강조하며 실수요자 대출을 틀어막고, 정작 리스크가 큰 투자에는 자본을 쏟아붓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보다 외형 중심의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소호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51조원에서 지난달 3월 기준 46조원대로 감소했다. 불과 6개월 만에 5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5대 시중은행 중 소호대출 잔액이 40조원대로 내려앉은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 측은 “부실 위험이 큰 대출을 줄이고 우량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리밸런싱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전략 아래 반도체, 2차전지, AI 등 신산업 중심의 중소·중견기업 대출은 오히려 확대됐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났으며, ‘비즈프라임센터’ 등 전담 조직을 통해 우량 기업에 금리를 우대하는 방식도 도입됐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의 초점이 ‘금융 취약층 회피’로 기울며, 자영업자 등 실질적인 금융 수요자의 접근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약 20.8%를 차지하며, 이들 상당수는 고령층이거나 저신용자이다. 이들에게 1금융권은 사실상 유일한 자금 조달 창구지만, 은행 문턱이 높아질수록 고금리의 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1금융권의 리스크 축소 전략이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의 금융 리스크로 전가 된다는 방증이다.
대출을 줄이면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의 부실률 지표는 개선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연체율 상승, 신용등급 하락, 금융소외 심화 등 구조적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소호대출 축소는 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전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실질적 리스크를 외면한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시점 우리금융은 정작 위험가중치(RW) 400%에 해당하는 고위험 자산 투자에 나섰다. 바로 인터넷은행인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참여이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는 각각 8%, 2%씩 총 10%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고, 투자금은 초기 300억원에서 향후 최대 1500억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 투자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이다. 지분 투자금에 대해 RW 400%가 적용되며, 이는 단순 투자 이상의 자본 부담을 유발한다. 내부 자본 비율 관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실제로 이번 투자가 반영되면 우리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은 최대 6000억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반면, 핵심 자기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맞춰야 보험사 인수나 배당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위험 투자는 전략적 제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케이뱅크 투자 실패 경험도 부담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나, IPO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유사한 구조의 인터넷은행에 또다시 뛰어든 배경에 대해 내부에서도 “명분도 논리도 부족하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에서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하향됐다. 자본적정성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험자산을 줄이겠다며 자영업자 대출까지 조이는 와중에, 정작 위험가중치가 400%나 되는 지분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결국 보여주기식 리스크 관리는 실질적인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