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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NHN 이준호 회장의 ‘HPSP 프로젝트’, 편법 경영의 민낯

“과거의 편법을 복기하지 않으면, 자본시장의 미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부당이득을 끝까지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코스피 지수가 취임일 이후 5.81% 상승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시장을 언급한 것은, 자본시장에 대한 현 정부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NHN 이준호 회장의 사례를 보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소액주주의 희생, 그리고 조직 내부 권한을 이용한 투자 기회의 사적 전용이다.

 

NHN은 주요 사업부인 NHN페이코, NHN클라우드, NHN두레이 등을 물적분할했고, 이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권리가 완전히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NHN은 2021년 정관을 변경해 자회사 상장 시 구주주에게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배당 계획은 없다. 이는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 지분만 줄어들고, 기업가치는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은 자회사 상장 시 기존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 지분을 100% 무상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NHN은 이 구조를 악용해 왔고, 결과적으로 대주주는 물적분할을 통해 주가를 하락시키고 지배력을 확대했다. 반면 기존 주주는 13년간 반의 반토막 난 주가 하락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HPSP 프로젝트’에서 드러난다. NHN은 풍산으로부터 분리된 반도체 장비 기업 HPSP의 급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이 투자 기회를 차지한 것은 이준호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JLC파트너스였다. 초기 70억 원의 투자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6,000억 원에 달하는 간접 지분가치를 만들어냈다.

 

그 배후에는 이해상충이 있었다. NHN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자 JLC파트너스의 대표였던 강진규 씨는 투자 책임자로서 회사를 위한 판단이 아닌 대주주 개인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명백한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이며, 형법상 배임,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NHN이 투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투자 기회 자체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이후 NHN은 2020년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자진 반납하고 VC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는 전략적 판단이라기보다, HPSP 투자 구조에 대한 법적·윤리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조직적 해체로 해석될 수 있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명확히 드러난다. “대주주의 상장 과실 독식”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고, “자본시장 신뢰 붕괴”와 “기존 주주 피해 심화”도 주요 우려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5.7%는 “지주회사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상속·증여세 부담을 회피한다”는 의혹에 대해 “시장 신뢰 붕괴”로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NHN은 왜 HPSP에 투자하지 않았는가? 왜 대주주 개인회사가 그 자리를 대신했는가? 왜 내부 투자 책임자가 회사가 아닌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는가? 그리고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이 편법은 모델이 되어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편법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공정한 룰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더욱 악질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편법을 용인한다면, 이후에는 불법이 아닌 편법이 자리를 잡는다. 불법은 단죄되지만, 편법은 ‘전략’이 된다. 이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국 자본시장은 공정이라는 가면을 쓴 불공정의 제도로 굳어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복기의 시간이다. NHN의 HPSP 프로젝트는 단순한 과거의 사례가 아니다. 

 

금융당국, 공정위, 국세청, 국민연금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편법에 면죄부를 주는 순간, 자본시장은 되돌릴 수 없는 신뢰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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