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그룹 오너 3세인 구동휘 LS엠앤엠 대표가 LS증권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으나, 선임 직후 열린 첫 이사회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LS그룹은 2023년 LS증권을 계열사로 편입하며 금융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편입 이후에도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LS증권은 지난 3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동휘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구 대표는 LS그룹 창업주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의 장남으로, 현재 LS엠앤엠의 공동대표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 중이다. 지주회사인 LS의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오너 일가 중 구자은 회장(3.6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그룹 내에서 차기 총수 후보로 분류되는 구 대표가 금융계열사의 이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경영 전면 등장에 대한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구 대표는 이사 선임 당일 열린 첫 이사회에 일정상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이사회에는 총 15건의 핵심 안건이 상정됐으며,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선임, 내부통제위원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등 경영체계 정비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결정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이사회 불참은 LS증권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LS증권의 영업이익은 2021년 2258억 원에서 2022년 418억 원, 2023년 332억 원, 2024년 218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당기순이익은 2021년 1607억 원에서 2024년 167억 원까지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8.33% 감소한 130억 원에 그쳤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1년 17.40%에서 2024년 1.92%까지 하락했으며, 올해 1분기 ROE는 5.99%로 다소 반등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대규모 손실충당금 적립이다. LS증권은 2024년 말 기준 671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으며, 2025년 1분기에는 813억 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PF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LS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뚜렷한 반전은 없는 상태다. 자기자본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말 9355억 원이었던 자기자본은 2024년 8716억 원, 2025년 1분기에는 8690억 원까지 줄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오너 3세의 이사회 합류가 실질적인 경영 참여를 통한 개선 의지보다는, 향후 그룹 차원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명목상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LS그룹은 LS엠앤엠을 비롯해 LS파워솔루션, LS이링크, LS이브이코리아, 슈페리어에식스의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등 다수의 비상장 계열사 상장을 추진 중이다. LS증권이 이러한 계열사 IPO의 주관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사회 참여가 상장 전략 조율의 일환으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LS증권은 구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하며 “계열사에 대한 이해도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룹 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첫 이사회에서의 부재는 그 시너지의 방향이 LS증권의 수익성 회복이 아닌, 그룹 내 전략적 이해관계 조율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남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타비상무이사라고 하더라도, 실적 악화와 내부통제 재정비라는 과제 앞에서 오너 일가의 책임 있는 행보가 필요하다”며 “계열사 IPO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사회 참여가 단순한 명분 제공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