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검찰 수사를 앞둔 시기, CJ그룹이 평소 미술 전시 후원 경험이 없던 계열사들을 동원해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 배우자가 주관한 전시를 후원한 사실이 다시금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과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문제가 된 전시는 2013년 5월 초 개막한 ‘피영전’으로, 청나라 시대 그림자극 인형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코바나콘텐츠와 CJ ENM이 공동 주관한 이 전시에는 CJ오쇼핑, CJ푸드빌, CGV, 올리브영 등 그룹 계열사들이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이전까지 미술 전시 후원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CJ그룹은 검찰 수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2013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재현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약 6천억 원대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국내로 들여오며 관세와 세금을 포탈한 혐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한 달 뒤 이 회장은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기 불과 한 달 전, CJ그룹이 검찰 고위직 배우자의 전시에 후원사로 대거 참여한 정황은 이해관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여주지청장이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며 대기업 수사를 총괄한 인물이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직접 수사 지휘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 핵심 요직을 지낸 현직 고위 검사의 배우자가 주관한 전시에 수사 직전의 대기업이 참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J 측은 당시 후원 결정 과정이나 금액, 대가성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2023년 검찰은 해당 사안에 대해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지만, 기업과 권력층의 ‘비공식 네트워크’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예술 후원이 권력 접근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사회적 불신을 키운다며 이해충돌 방지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