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잠이 안 와요’라는 말은 더 이상 특별한 고통이 아니다. 불면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문제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다 보면 만성화되기 쉽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성인의 3명 중 1명은 수면에 어려움을 느끼며, 이 중 상당수는 지속적인 불면을 겪고 있다고 한다.
불면증은 단순히 잠들기 어려운 입면장애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잠이 들더라도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는 조기각성, 수면의 질이 낮아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상태가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되며, 이때는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편이다.
신체적 피로나 정신적 긴장, 스트레스, 생활 패턴의 변화는 불면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도 수면 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자율 신경계 이상 및 실조증, 뇌 각성 수준의 불균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교감 신경 기능이 지속적으로 항진 및 활성화되면서 몸은 각성, 과민 반응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결과 수면에 필요한 이완 상태로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깊은 수면 중에는 뇌 속 노폐물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제거되고, 면역 세포의 활동이 증가하며, 심박수와 호흡이 안정화된다. 수면의 질이 낮으면 이러한 회복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다음 날 피로감, 무기력,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는 대사 기능 저하, 체중 증가,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정서 불안 등의 문제도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편도체 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전전두엽의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져 분노, 우울감, 불안증 등이 과장되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불면증은 종종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 신체화 장애, 자율 신경 실조증 등 신경정신과 질환과 공존하거나, 이들 질환의 유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불면증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20~40대에서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리듬이 원인이 되며, 갱년기 여성 및 중년 노인 연령층에서는 호르몬 변화나 신체 질환, 통증으로 인해 불면이 유발되기 쉽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사용 증가,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업무나 학습, 교대 근무는 생체 리듬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또한 사회적 긴장이나 불안,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사소한 변화에도 수면 패턴이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때 ‘오늘도 잠 못 자면 어떡하지’라는 예측 불안이 반복되면, 오히려 더 잠들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불면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면 위생을 바로잡는 것이 출발점이다. 일정한 수면 시간 유지, 저녁 시간의 자극 회피, 조도와 온도가 조절된 숙면 환경 마련, 규칙적인 운동과 낮 시간 햇빛 노출 등이 대표적인 수면 위생 전략이다. 이와 함께 지나친 카페인 섭취, 스마트폰 사용, 강한 감정 자극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청주 휴한의원 김지연 원장은 “불면증이 뇌신경계의 과도한 각성 상태와 자율 신경계 이상, 그리고 불균형 패턴의 반복, 그러한 악순환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현대 한의학에서는 뇌 기능 및 자율 신경계 기능 이완을 돕기 위한 한약, 침구 치료, 약침 치료, 경추 교정 추나 치료 등을 함께 활용해 자율 신경계 기능 회복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교감 신경 항진 증상을 줄이고, 수면 리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면증은 몸과 마음이 긴장된 상태에서 비롯된 결과로, 단순히 잠을 재우는 것을 넘어서 신체와 뇌가 이완되고 회복될 수 있도록 낮 동안의 긴장 패턴을 점검하고, 감정 상태와 자율 신경계 리듬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