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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HMM 부산신항 잠수사 2명 사망사고 재조명, 원·하청 '책임 부재’가 부른 참사

선박 소유사 HMM, “품질 검사 허락했을 뿐” , 책임은 어디로?

 

 

지난 7월 2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인근 해상에서 HMM 소속 대형 컨테이너선 하부 청소 작업이 진행되던 중 잠수사 3명이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중공사 전문업체 엠오티 소속이었던 이들은 선박 바닥에 붙은 따개비와 해양 생물을 제거하던 중 공기 공급 호스가 수중에서 심하게 꼬이며 호흡이 차단됐다. 구조 요청을 받은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 3명 모두 심정지 상태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이들 중 2명은 숨졌으며 1명은 위중한 상태다.

 

이번 작업은 건축자재와 특수 도료를 제조하는 KCC가 발주했다. KCC는 자사 ‘방오(防汚) 도료’의 품질 점검을 위해 선체 표면 청소를 지시했고, 이를 전문 잠수업체 엠오티에 맡겼다. 방오 도료는 선체에 해양 생물이 부착해 마찰 저항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는 특수 페인트로, KCC는 이를 HMM에 공급해왔다. 품질 검사를 위해서는 표면을 덮은 따개비를 제거해야 했고, HMM은 KCC의 요청에 따라 자사 선박을 작업 장소로 제공했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는 KCC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1차 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법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원청이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또한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계약 구조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주도 책임을 진다. 선박 소유사인 HMM이 작업을 인지하고 위험 요소를 통제할 수 있었는지가 향후 법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HMM이 작업 전반을 알고 있었고 위험 요인을 관리할 위치에 있었다면 최상위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HMM 측은 “KCC가 자체적으로 품질 검사를 하겠다고 해 허락했을 뿐, 당사는 관리·감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안전관리 부실과 책임 공방은 최근 건설업계에서 반복된 참사와 닮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잇따른 사망사고로 대통령실로부터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모든 제재 방안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며 “후진적인 산재를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잠수사 사망사고와 관련해 “공기압축기의 흡입구를 오염원이 없는 곳에 설치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며 “사고 발생 후 구조 시간도 늦어진 것으로 보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적절한 감시인 배치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검찰, 사법부가 진해신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원청인 KCC와 HMM를 대상으로 신속한 압수수색과 실질적 경영책임자 구속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정부가 중대재해 근절 의지를 보이려면 이번 사건에서부터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번 잠수사 사망 사건은 단순한 해상 작업 중 불운한 사고로 치부하기 어렵다. 발주사와 선박 소유사가 모두 있었지만, 안전 관리의 최종 책임이 명확히 부여되지 않은 채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을 떠안는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원·하청 다단계 구조 속 안전 공백이 또다시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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