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여성 대리점주가 직속 관리자의 상습적 성추행 피해와 본사의 계약 해지 조치를 공개 폭로했다.
피해자는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대리점법 개정촉구 간담회’에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현행 대리점법 개정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번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공동 주최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3월 27일 열린 1차 간담회에서 성희롱 사실을 언급했지만,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우려해 업체명을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이번 2차 간담회에서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A씨에 따르면 오리온은 2022년 8월, 계약 만료(2023년 1월 1일)를 4개월 앞두고 영업지역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대리점 계약 규정상 2개월 협의 기간이 있었으나 변경 사유와 기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는 “결국 2022년 10월부터 변경된 영업지역이 적용됐고, 해당 거래처는 신용등급이 낮은 악성 거래처였다”며 “한 달 만에 미수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23년 12월 재계약 시점에서 A씨는 미수금 해결과 원상회복을 요청했으나, 오리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품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20년간 모아온 자금으로 일하며 버텼는데 돌아온 것은 채무불이행 통지서뿐이었다”며 “본사에 항의했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성추행 피해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2021년 2월부터 당시 영업소장으로부터 신체 접촉과 성적 농담을 반복적으로 당했다”며 “2023년 10월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1심 판결은 10월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대리점법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변 박현용 변호사는 “오리온 측은 문제가 있었다면 왜 재계약했느냐고 하지만, 대리점주 입장에서 재계약 거부는 사실상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한 가정의 생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법은 계약 갱신이 불확실한 대리점주가 불법 행위에 저항할 수 없게 만든다”며 “계약갱신요구권 신설, 영업지역 설정 명시 의무화, 불공정행위 예방 청구권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는 오리온 사례 외에도 대상, A사, B사 등 다른 기업의 대리점 피해가 공유됐다. 참석자들은 공급업자의 일방적 계약 해지와 차별적 거래 관행이 대리점주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리온에서는 과거에도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2020년 3월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조사에 따르면 상급자가 시말서 작성을 강요하고 성희롱을 일삼은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그만 좀 괴롭혀라” 등의 내용과 상급자의 실명이 기재돼 있었다.
오리온은 “회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냈으나, 시민사회단체는 사과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해당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오리온에 조직문화 개선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