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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레이더]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병우 상무는, 어떻게 삼양식품의 2인자가 되었을까?

13세 개인회사에서 시작해, 내부거래·BW 차익으로 지주사 2대 주주에 올라
개인 지분 0.59%에도 지주사 2대 주주로 실질 권한 확보

 

올해 6월 17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은 향후 5년간 정부 정책의 청사진을 담았다. 대통령 직속 임시기구인 국정기획위는 새 정부 출범 직후 국정 과제를 설계·조정하는 조직으로, 이번 발표에서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을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특히 ‘편법적 경영권 승계 점검 강화’와 ‘부당 내부거래·탈법행위 제재 강화’를 구체 전략으로 못 박으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삼양식품 3세 전병우 상무가 그룹 내 2인자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었다. 개인회사를 활용한 지배구조 설계, 금융거래를 통한 자금 확보, 오너 2세의 사법 리스크, 그리고 지주사 체제 정비가 연속적으로 맞물리며 오늘의 지위를 만들어냈다. 능력보다는 구조적 환경과 제도적 허점이 그의 부상을 떠받쳤다는 점에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출발점은 2007년 설립된 SY캠퍼스다. 당시 전병우는 만 13세에 불과했으며, 법인 주소지는 실제로 사우나가 영업 중인 장소로 기재됐고 직원도 대표 1명뿐이었다. 이후 2012년 강남 오피스텔로 이전했으나, 소규모 조직과 형태 탓에 줄곧 ‘서류상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작은 법인은 삼양식품의 라면 포장재 사업이 분리되면서 그룹의 핵심 고리로 급부상했다. 분리 과정에서 만들어진 테라윈프린팅 지분 50%가 SY캠퍼스로 넘어갔고, 나머지 절반은 창업주 측근이 보유했다. 테라윈프린팅은 설립 초기부터 그룹 계열사와의 안정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2010년 195억 원, 2011년 213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초기부터 외부 경쟁으로 수주를 확보했다기보다, 그룹 수직계열 내부의 ‘보장된 물량’을 기반으로 현금흐름을 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SY캠퍼스는 이렇게 축적한 현금과 신용을 기반으로 2009~2010년 사이 지주사격인 내츄럴삼양(현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6.9%를 장외에서 매입했다. 매도자는 과거 지주사 지분을 보유했던 개인·단체였으며, 그 결과 SY캠퍼스는 단숨에 지주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개인(전병우) → 개인회사(SY캠퍼스) → 지주사(내츄럴삼양) → 상장사(삼양식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사슬이 완성됐다. 사실상 지주사 지분을 쥔 SY캠퍼스가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최상단 고리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시기 전병우 개인 차원의 금융거래도 있었다. 2009년 삼양식품이 발행한 15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그는 보유 주식 3만 주를 담보로 4억5000만 원을 차입해 워런트 75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이후 이 권리를 SY캠퍼스에 넘겼고, 회사 명의로 수차례 행사·매도해 약 70억 원 차익을 남겼다. 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미성년자가 개인회사와 금융상품을 통해 승계 재원을 확보하고 지주사 지분으로 연결한 구조는 지배력 축적의 핵심 변수였다.

 

2010년대 들어 삼양식품은 공정위 제재와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 2014년 공정위는 내츄럴삼양을 통한 ‘통행세’ 부당지원 혐의로 26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이를 취소했다. 반면 2015년 에코그린캠퍼스 지원 사건에서는 삼양식품이 인건비와 차량을 무상으로 지원한 사실이 인정돼 약 20억 원의 부당지원이 확정됐다. 사건별로 결론은 달랐지만, 계열사 지원과 내부거래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진 것은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2020년 1월 전인장 전 회장이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으면서 그룹은 큰 변곡점을 맞았다. 배우자인 김정수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경영을 지탱했지만, 실질적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했다. 이 시점부터 권력 이동은 자연스럽게 3세로 향했고, 전병우 상무가 그룹 핵심 의사결정의 축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삼양식품은 지주사 중심 체제로 정비돼 있다. 내츄럴삼양은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사명을 바꿨고, 김정수 부회장이 32%, 전병우 상무가 24.2%, 전인장 전 회장이 15.9%를 보유하며 3각 구도를 이룬다. 상장사 삼양식품은 지주사가 약 35.5%를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고, 국민연금이 9.6%를 차지한다. 전 상무의 개인 보유 지분은 0.59%에 불과하지만, 지주사 2대 주주라는 지위 덕분에 그룹 지배구조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삼양식품그룹 사례는 한국 재벌 승계 구조의 전형을 드러낸다. 정상적 경쟁과 성과 기반의 지분 확대가 아니라, 개인회사 설립과 내부거래, 금융상품을 활용한 자금 조달, 그리고 사법 리스크에 따른 권력 이동이 맞물려 3세의 지위가 강화됐다. 외형상 합법성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은 공정 경쟁과 거리가 멀다. 전병우 상무가 2인자로 부상한 것은 능력보다는 지배구조 설계와 구조적 허점 활용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규제 당국과 시장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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