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기반 장류기업 삼화식품이 지배구조 투명성과 조직문화 측면에서 심각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오너일가 3세 양승재 대표의 부인 박현희 씨가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여러 계열사에서 대표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브랜드 '요아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까지 불거지며 삼화식품의 경영 투명성과 윤리 의식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화식품의 감사이자 계열사 대표인 박현희 씨는 현재 삼화에프앤디, 요아정, 삼화씨앤씨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은 대부분 오너일가로 채워져 있다. 특히 박 씨는 2013년부터 삼화식품 감사로 재직하면서 동시에 계열사의 경영을 직접 수행해 왔다. 이는 상법 제411조에서 명시한 '감사는 회사 및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의 사용인 직무를 겸할 수 없다'는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감사 겸직 구조는 회계 부정이나 내부 비위에 대한 감시 기능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삼화에프앤디의 이사회는 박 씨 혼자이며, 요아정 및 삼화씨앤씨의 이사회 역시 양승재 대표와 자녀들로만 구성돼 있어 외부 견제 기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녀인 양경훈, 양유경, 양정훈 씨가 모두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어 이사진 전원이 동일 가족 구성원으로 이뤄진 셈이다.
경영 투명성 문제에 더해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지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에 따르면, 요아정의 브랜드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던 직원 A씨는 오너일가의 장녀인 양모 씨에게 반복적인 부당지시와 따돌림, 회식 제외, 사유서 작성 강요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 내부 인사팀에 피해 사실을 호소했으나, 가해자가 오너 가족이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요아정은 2024년 기준 매출 471억 원, 영업이익 120억 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부채비율이 121%에 달하는 등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져 있다. 총 374개 매장 중 직영점은 단 2곳에 불과해 가맹점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다. 확장 일변도의 전략이 내실 부족과 결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2.0’ 개혁안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방향으로 삼고 있으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전면 개정을 통해 이사회 구성 다양성, 감사 독립성,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화식품의 폐쇄적 지배구조와 권한 남용 사례는 개혁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감사 겸직 논란, 직장 내 괴롭힘, 재무 불안정까지 삼중의 구조적 리스크를 떠안은 삼화식품은 지금이야말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족 경영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은 감사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다. 불투명한 구조 아래 쌓이는 문제들은 결국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책임과 기업 신뢰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