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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한국야쿠르트)의 민낯…여성친화 외치더니, 성추행 피해자에 ‘침묵 서약서’ 강요

피해자에 비밀유지 확인서 요구, 가해자는 징계 없이 퇴사

 

에치와이(HY)는 한때 '요쿠르트 아줌마'로 상징되며, 여성 고용 확대와 복지 제공을 앞세운 대표적인 ‘여성 친화 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프레시 매니저 제도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 다문화 가정 여성 등 취약계층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사회공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최근 HY 공장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추행 사건과 이후 사측의 대응이 MBC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깊은 균열이 생겼다.

 

15일자 MBC 보도에 따르면, HY 공장에 입사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신입 여성 사원이 상사로부터 반복적인 신체 접촉과 강제 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야간근무 중 건강 이상을 호소했지만, 40대 남성 파트장은 이를 빌미로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온몸을 주무르는 등 신체 접촉을 시도했고, 회식 후에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2차 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남성 직원 역시 상가 복도에서 피해자를 추행하는 등 사내 성희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습 신분이었고 가정 형편상 퇴사를 선택하기 어려웠던 피해자는 장기간 침묵하다가 결국 입사 9개월 만에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사측은 피해자의 용기를 지지하기보다는,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취지의 비밀유지 확인서를 제시했고, 조사 종료 전까지는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압박까지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에는 “면담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며, 피해자는 “확인서를 받고 나니 오히려 내가 죄인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는 징계 없이 자진 퇴사 처리됐고, 다른 가해 직원은 감봉 및 타 공장 전보 조치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반면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불면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며 약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사측으로부터 보호나 회복을 위한 별도의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Y 측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해 “2차 피해를 막고 회사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HY는 최근까지도 여성 일자리 확대와 복지 제도 도입을 강조하며 서울시와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여성 친화 기업’의 면모를 대외적으로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된 내부 대응은, 여성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채 외부 이미지만을 관리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고통을 덮으려는 듯한 조직적 침묵 유도,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HY의 인권 감수성 부족과 조직문화의 후진성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이슬아 사무국장은 MBC 인터뷰에서 “공론화 여부나 신고 여부는 피해자의 권리이며, 회사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침묵을 요구하는 것은 조직이 사건 해결보다 외부 노출을 더 두려워한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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