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의 도를 넘는 홍보가 업계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로 있다.
불법 홍보로 물의를 일으켰던 현대건설이 이번엔 초호화 홍보관을 지으며 서울시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초호화 홍보관 건립 사실이 알려지자 조합 내부에서는 결국 조합원 분담금 부담을 높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용산구(구청장 박희영) 등 규제기관에서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시가 내세운 '클린 수주'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 '오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서울 이태원 크라운호텔 개발 사업 부지에 홍보관을 신축해 이달 24일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홍보관 내부에는 모델하우스와 함께 이케아의 쇼룸을 모방한 '마감재 쇼룸'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설물로 된 홍보관 건립 자체가 서울시가 정한 '시공자 선정기준'과 한남4조합의 '입찰 참여 지침'을 명백하게 어겼다는 점이다.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시공사는 모델하우스, 무대, 파라솔, 천막 및 가설물 등 설치를 일체 금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지원시공자 선정기준, 한남4구역 [서식5] 건설업자 등 홍보지침 및 준수서약 / 조합원 제공](http://www.livesnews.com/data/photos/20241251/art_17345819819688_3d2d15.png)
이 규정은 공공재개발사업에서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특정 업체의 과도한 홍보를 제한하고, 입찰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영향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만약 이를 어겨 적발될 경우 입찰이 무효되고, 시공자 선정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입찰 보증금은 조합에 귀속된다.
한남4조합의 입찰 참여서류에도 이를 그대로 준용한 시공자 홍보지침 및 준수서약서를 제출하도록 돼있다.
▶ 한달도 채 사용 못할 홍보관에 수십억…적용이 불투명한 호화 마감재로 조합원 ‘눈속임’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조합 내부에서는 필요 이상의 홍보관이 결국 조합원의 분담금에 대한 부담을 높이기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설명회 용도로 채 한달도 사용하지 않는 시설을 화려하게 꾸밀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홍보관에 쓰인 돈은 결국 우리가 나눠서 내야 하는데 남의 돈이라고 막 쓰는 건 아닌 지, 조합원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법을 지키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올곧게 법을 잘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며 "삼성물산은 건물 일부를 임차 계약해 홍보관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법을 지켜가며 비용을 아끼는 게 조합원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의 홍보관으로 이태원 초입에 있는 '명보빌딩'을 낙점하고, 5층과 6층을 임차해 사용할 계획이다.
또 조합 내부에서는 현대건설이 '초호화' 홍보관을 건립하고 있는 만큼 홍보관에 사용된 마감재의 경우, 조합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홍보관에서 사용된 마감재가 실제 시공에 적용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불법 홍보’ 사태 파악한 용산구청, 서울시청에 유권해석 요청…상황에 따라 현대건설 홍보관 오픈 늦어질수도
다만, 현대건설이 조합원 대상 불법 개별홍보에 이어 홍보관 신축이라는 위법을 저지른 만큼 행정기관인 용산구청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서울시에 유권해석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서울시의 해석에 따라 현대건설의 홍보관 오픈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23일 오후 2시 이태원교회에서 1차 합동설명회를 개최한 뒤, 24일부터 홍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법과 규정을 무시한 채 도넘는 홍보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행정기관과 한남4구역 조합의 결단있는 모습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조합원을 위해 불법홍보 규정을 강화한 이른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했지만, 막상 한남4구역에서 불법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어떠한 행정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현대건설 감싸기'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기관과 조합이 현대건설의 불법을 눈감아 주는 모양새는 결코 용인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구청과 조합이 현대건설에 대한 불법을 묵인하면 묵인할 수록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조합원에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현대건설과 조합의 밀착은 불필요한 비용을 야기시켜 결국 조합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