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러시아 칼루가 공장이 운영 중단 33개월 만에 재가동되며, 러시아 기업 그래비톤이 서버 생산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과 EU의 2차 제재 리스크와 법적 문제 등 복잡한 과제가 남아있다.
칼루가 공장, 그래비톤에 재임대 후 서버 생산 본격화
삼성전자가 2008년 러시아 칼루가 지역에 건설한 대규모 공장이 운영 중단 33개월 만에 다시 가동되었다. 러시아의 서버 및 전자 부품 제조업체인 그래비톤은 최근 이 공장을 재임대받아 서버 생산에 착수했다고 4일 러시아 경제일간지 베도모스티가 보도했다.
그래비톤은 공공 부문에 납품할 서버와 모니터 생산을 통해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모스크바에 위치한 기존 공장과 함께 칼루가 공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제재로 중단된 운영
칼루가 공장은 과거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며 러시아뿐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 수출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며 운영이 중단되었다.
미국의 제재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에도 적용되면서, 삼성전자는 부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공장은 오랜 기간 방치되었고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었다.
그래비톤, 생산 확대 계획… 서버 6만 대 목표
현재 그래비톤은 칼루가 공장에서 서버와 모니터 조립을 시작해 초기 1000대를 생산했으며, 내년 1분기까지 6만 대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 부문 납품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비톤은 모스크바 공장에서 연간 2만 대의 서버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운영 중이며, 칼루가 공장을 통해 생산 규모를 배로 늘릴 예정이다. 공장의 생산 재개는 러시아 정부의 공공 전자 제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문제는 칼루가 공장이 러시아 공공 부문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면서, 삼성전자가 미국과 EU로부터 2차 제재를 받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해당 공장을 계속 보유하는 한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칼루가 공장, 글로벌 기업들 철수 속에서 재활용
골드만삭스, 스타벅스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공장 매각 대신 임대를 선택했다. 이는 법적, 재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러시아 사업, 삼성전자에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러시아 자산을 유지하려는 삼성전자의 선택은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내 공장을 운영하거나 임대하는 기업들이 서방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의 국제적 입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임대 수익이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래비톤과의 협력으로 얻는 재정적 효과에 대한 삼성전자의 내부 평가가 요구된다.
칼루가 공장, 활력을 되찾았지만 과제 산적
33개월 만에 재가동된 칼루가 공장은 활력을 되찾았지만, 서방의 제재와 법적 리스크, 글로벌 이미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