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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직원 추락사에 이어, 롯데GRS·현대트랜시스 직원 스스로 사망

연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시 자살 시도 위험 최대 4.43배 증가…우울증 여부와 무관한 독립적 위험요인
직장인 3명 중 1명꼴로 괴롭힘 경험, 절반 이상 참고 넘기거나 퇴사…자해·죽음 고민 응답도 22.8%에 달해

지난 4월 1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40대 남성 직원이 3층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5월 들어 롯데GRS와 현대트랜시스에서도 또 다시 스스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GRS소속 롯데리아에서 20년간 근무해 온 베테랑 직원 A씨는 오랜 기간 주요 부서를 거치며 회사에 몸담아 왔다. 고인의 유족은 이번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유족 측은 “고인이 지속적인 업무 스트레스와 상급자의 부당한 대우에 시달려 왔다”며, “이는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회사 내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현대트랜시스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벌어졌다.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평소 상사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다. 결국 그는 차량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과중한 업무량과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말다툼이나 인간관계 갈등이 아니다. 이는 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이다. 실제로 직장 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9%가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중 절반 이상은 괴롭힘을 참고 넘겼고, 23.7%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무엇보다도 ‘자해나 죽음을 고민했다’는 응답이 22.8%에 달하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근로자의 정신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도 분명하다.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만2541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과 자살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가끔 괴롭힘을 경험한’ 집단은 자살 시도 위험이 약 2.27배, ‘빈번한 괴롭힘 경험’ 집단은 무려 4.4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의 빈도가 높을수록 자살 위험도 비례해 상승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자살 위험 증가는 우울증 유무와 무관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즉, 기존 정신질환이 없던 사람도 직장 내 괴롭힘 경험만으로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 단순한 스트레스 수준을 넘어,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된 독립적 위험요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사건의 원인 규명과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만 겨우 움직이는 상황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자식이었던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폭력 속에서 삶을 잃는 비극이 반복되는 현실을 끝내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조직문화 혁신과 정부 차원의 엄격한 감독·처벌,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다. 사회 모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단순한 ‘사내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뿌리 뽑아야 할 심각한 ‘생명 문제’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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