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서울 구로 본사 건물 ‘지타워’ 매각을 추진하면서, 방준혁 이사장이 주도한 국내 최초의 게임박물관 ‘넷마블게임박물관’의 존속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확산하겠다는 철학이 재무 전략 앞에 흔들리는 양상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 4월 지타워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부동산 자문사에 발송하고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지타워는 지하 7층, 지상 39층 규모의 신축 건물로, 2021년 준공돼 현재 넷마블 본사, 넷마블에프엔씨, 넷마블네오, 코웨이 등이 입주해 있다. 매각가는 7000억~8000억 원 선에서 논의 중이다.
특히 이 건물 3층에는 지난 3월 개관한 넷마블게임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넷마블문화재단(이사장 방준혁)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게임을 단순 오락이 아닌 문화 콘텐츠로 조명하기 위한 전시·학습·체험 복합 공간이다. 초기 콘솔 게임기부터 게임 소프트웨어, 주변기기 등 총 210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으며, 이 중 700여 점은 시민과 사내 기증으로 모아졌다.
2025년 1분기 기준 넷마블의 유동자산은 약 1조910억 원, 유동부채는 1조5267억 원으로 유동비율은 71.5%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130% 이상을 안정적인 기준으로 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이 낮은 상태다. 단기차입금이 6000억 원을 넘는 반면 현금성 자산은 5933억 원에 그쳤다.
넷마블은 2020년 코웨이(1조7400억 원), 2021년 스핀엑스(2조5000억 원) 등 대규모 M&A를 연이어 진행하며 순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했다. 2021년 8444억 원이던 순차입금은 2022년 1조6244억 원으로 늘었다. 이후 단기자금 조달 수단으로 CP(기업어음)를 사용했고, 지난해에는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4000억 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해 일부 차입금을 장기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은 여전히 A+ ‘부정적’ 전망으로, 추가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넷마블은 올해 1분기 49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냈지만, 구조적인 수익성 제약은 여전하다. 특히 자체 지식재산권(IP) 부족으로 외부 IP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 많고, 모바일 게임 중심의 수익 구조가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인기작도 외부 IP에 기반한 작품이며, 자체 IP인 ‘세븐나이츠’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게임박물관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방 이사장의 철학이 구현된 상징 공간이자 사회공헌의 결정체이다. 그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게임은 문화이고, 미래 산업”이라는 메시지를 실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타워 매각이 현실화되면 박물관은 임대 공간으로 전환되거나 향후 존속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임차 전환 시 예산 압박이나 운영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박물관의 문화적 상징성과 자율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넷마블 관계자는 “사옥 매각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는 이번 매각이 단순한 자산 유동화가 아닌 중장기 구조조정 신호로 보고 있다. 넷마블은 자체 IP 확보를 위한 8종 신작 출시를 예고하고 있으며, 게임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 차원에서도 사옥 매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