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암 중 하나지만, 초기에 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실제 위암 환자 상당수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단순한 소화불량 정도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에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암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위 점막에 생긴 염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막 세포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면 결국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암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이 과정을 이해하면 조기에 병변을 발견할 수 있는 위내시경 검사의 필요성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위암은 대개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음식, 술, 담배, 헬리코박터균 감염, 만성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위 점막에 상처가 생기면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급성 염증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점막 세포가 손상되고 변형되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가 계속되면 장상피화생이나 이형성증 같은 병변으로 이어지고, 결국 조기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 동안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위염이 있어도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정도로만 느껴지거나, 아예 증상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환자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내부에서는 위암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같은 전암 병변은 시간이 지나면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지만, 스스로 느끼기 어려워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서만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다.
위암이 생기기 전 병변을 찾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위내시경 검사다. 위내시경은 카메라가 달린 가느다란 관을 입으로 넣어 위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로, 점막 상태를 눈으로 확인해 이상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처럼 초기 병변은 외부 관찰로 발견하기 어려워 내시경 검사가 꼭 필요하다. 만약 조기 위암이 의심되는 병변이 있으면 내시경을 이용한 절제술로 즉시 제거도 가능하다.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병의 진행을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산성 더나은내과 박종훈 대표원장은 “위암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몸 안에서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 만성 위염이 지속되면 점막 세포가 변성되면서 암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각 증상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전암 단계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암검진 사업을 통해 만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조기 위암 환자가 조기에 발견되어 치료받고 있으며,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국가검진을 받지 않거나 연령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를 미루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박종훈 대표원장은 “최근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음주, 흡연, 불규칙한 생활이 늘면서 위암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40세 미만이라도 평소 위염 진단을 받았거나 속쓰림, 복통,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계속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었던 경우에는 정기검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