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연휴 이후 법률상담 창구에는 “돌봄과 가사노동을 사실상 혼자 감당해 왔다”는 내용의 문의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단순한 역할 분담 문제를 넘어, 장기간의 부양의무 불이행이나 정서적 방임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이 혼인 파탄의 실질적 사유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관계라는 점이다.
현행 민법은 이혼 사유 중 하나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민법 제840조 제6호). 실무에서는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이유로 돌봄을 전면 회피하거나, 양육•가사 분담 약속을 반복적으로 위반해 상대 배우자에게 현저한 생활상 고통과 건강 악화를 초래한 경우, 법원은 혼인파탄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폭언이나 모욕 등 인격권 침해가 함께 발생하게 되면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위자료는 재산분할과는 별도로 판단된다.
여울 여성특화센터 장예준 변호사는 “재산분할 단계에서는 전업 여부나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가사노동과 육아 기여가 반영된다(민법 제839조의2). 특히 장기간 독박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직접적인 손해배상 항목으로 산정하지 않더라도 재산분할 비율에서 기여도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고려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혼 후 생계 기반과 직결되는 쟁점인 만큼 가사와 돌봄 수행의 지속성•강도•대체 불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가 있다면 친권•양육권 판단은 ‘자녀의 복리’가 기준이다(민법 제909조, 제837조). 실제 양육의 연속성, 주거•학교의 안정성, 돌봄 네트워크, 부모의 협력 가능성, 자녀 의사 등이 종합 평가된다. 독박육아 상황은 대개 주 양육자 원칙과 맞물려 평가되므로, 평소 등•하원 동행, 병원•치료 동반, 학습•생활 관리 등 구체적 양육 실적이 정리돼 있다면 유리하다. 양육비는 양육비 산정기준표와 부모 소득, 자녀 연령, 치료•특기교육 등 특별비용을 반영해 산정되고, 사정 변경 시 증감 청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장예준 변호사는 “실무 대응의 분기점은 초기 단계다. 우선 임시처분(사전처분)으로 잠정 양육자와 면접교섭 방법을 정해 자녀 일상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가사조사 단계에서 생활일지•일과표•캘린더(등•하원, 병원 예약, 과외•치료 일정), 식비•교육비•의료비 결제 내역, 가사•돌봄 관련 메신저 기록을 체계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한, 배우자의 양육 회피•약속 불이행이 반복된 정황(지각•결석 통지, 교사 상담 기록, 보호자 서명•인수인계 부재 등)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폭언•모욕이 결합한 경우 진단서•상담소 기록•112 신고이력 등 ‘객관적 자료’가 위자료 판단에 직접 연결된다”고 전했다.
이어 “독박육아 사안에서 흔한 실수는 감정적 대치다. 무단 전학, 일방적 면접교섭 차단, 자녀의 급작스러운 장기 이동은 양육 적합성 평가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분쟁 중에도 중립 장소•제3자 동행 등 예측 가능한 면접교섭안을 제시하면 법원의 신뢰를 얻는다. 경제력이 약한 경우에도 양육비 이행명령, 급여•예금 압류 등 강제 집행 수단이 구비돼 있으므로 체납을 용인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예준 변호사는 “독박육아는 개인의 인내 문제가 아니라 법이 평가하는 기여와 책임의 문제다. 초기부터 일상 자료를 증거화하고, 임시처분•가사조사 대응을 구조화하는 것이 승부를 가른다. 위자료•재산분할•양육권•양육비를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실질적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