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프레시웨이가 복지시설을 상대로 한 ‘기부 영업’ 논란에 이어, 기부금으로 나간 돈을 식자재 단가 인상으로 회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표면적으로는 사회공헌 활동이었지만, 실제로는 거래를 유도하고 수익을 보전하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기업 윤리와 회계 투명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노인요양원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CJ프레시웨이로부터 32억 원어치의 식자재를 공급받았다. 당시 입찰 제안서에는 “납품 계약 체결 시 매출의 5%를 기부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계약이 체결되면 기부금이 지급되고, 계약이 종료되면 기부도 중단되는 구조였다. 실제로 해당 요양원은 같은 기간 8억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또 다른 복지시설의 계약서에도 ‘납품 계약 기간에만 기부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CJ프레시웨이 내부 문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부터 3년간 전국 약 480개의 복지시설에 총 135억 원을 기부했다. 이 중 상당수가 납품 거래 관계에 있는 시설이었고, 복지시설 관계자들도 “계약이 성사되면 일정한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기부가 계약 체결의 전제조건이었던 셈이다.
「기부금품법」 제2조는 ‘기부금품은 대가나 조건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CJ프레시웨이의 행위는 법적으로 대가성 거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계약 유도를 위한 금전 제공은 형법상 배임수증재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논란은 기부금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KBS 취재 결과, CJ프레시웨이는 내부 전산 시스템 ‘프로핏 부스트’를 통해 납품 단가를 자동 인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거래처에 제공된 기부금 등을 회수하고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각 식자재 품목별 단가 인상 폭을 산출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한 요양원의 경우 재계약 직후 한 달 사이 돼지 뒷다리 1㎏ 가격이 4천 원대에서 1만5천 원대로, 순대는 2천 원대에서 7천 원대로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요양원 관계자는 “대량 납품이라 단가가 싸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더라”고 밝혔다.
CJ 내부 관계자는 “프로핏 부스트에서 단가가 자동 인상되면 전산에 반영해 적용된다”며 “결국 단가 인상을 통해 기부금 비용을 보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복지시설에 기부금을 제공한 뒤 가격 조정으로 같은 금액을 회수하는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CJ프레시웨이의 5개 급식 관련 사업부 중 기부 영업을 담당한 헬씨누리사업부의 7월 영업이익률은 7.8%로, 다른 사업부(2~3%)의 두 배 이상이었다. 기부금이 사회공헌 비용이 아니라 수익 유지 수단으로 기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프레시웨이는 “영업 목적의 기부금 제공은 업계 전반의 관행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급식업계 다른 관계자들은 “매출 일부를 기부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은 관행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일부 업체들이 교육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 형태로 사회공헌을 진행하긴 하지만, 금전 제공을 계약 조건으로 내세우는 사례는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시설은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부금 제안이 사실상 계약 유도 수단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이건일 대표이사의 내부 관리 책임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회계팀은 지난해 6월 영업 부서에 “대가성 기부가 외부 회계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전달했다.
그러나 실제 시정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CJ 측은 “2027년부터 도입되는 IFRS(국제회계기준) 개편에 맞춰 시정 시점을 논의하던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관행은 계속됐다. 내부 경고 이후에도 영업 방식이 유지된 점은 경영진의 인식 부족 또는 묵인 가능성을 시사한다.
CJ프레시웨이는 그동안 ‘기부 실적’을 사회공헌 지표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사회공헌이 아닌 영업비용에 가까운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기부금을 회계상 ‘기부’로 처리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판매 촉진비’로 기능시켰다면, 회계상 허위 분류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 ESG 경영과 사회공헌을 강조해온 CJ그룹 전체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J프레시웨이는 “영업 목적의 기부금 제공을 전면 중단하고 관행 근절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중단 선언으로는 부족하며, 회계 투명성과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