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국세청의 연이은 조사와 제재에 직면한 가운데, 이석우 전 대표가 지난 7월 초 대표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로 공지됐지만, FIU의 문책경고 직후이자 국세청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시점이라는 점에서, 조직의 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전 대응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두나무 고문으로 전환돼 공식 직위는 변경됐으나, 사실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는 FIU의 기관 제재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징계는 별다른 이의 없이 수용해, '책임을 조직에서 개인으로 분산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고문직 전환을 ‘책임 회피성 인사’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리에서 물러난 듯 보이지만, 실질적 권한을 유지하면서 법적 책임에서는 한발 비켜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잇따른 거래소 비위 사례 속에서, 제도적 책임 없이 인사만 바꾸는 방식의 위기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와 함께 두나무의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송치형 씨의 배당금 수령도 논란이 되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자본준비금 3,000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이 중 1,200억 원을 현금 배당 재원으로 활용했다. 송 의장은 이 과정에서 약 781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배당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ESG경영을 내세우던 기업이 고액 배당을 통해 경영진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배당소득세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세테크성 배당’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FIU는 두나무가 자금세탁방지 및 고객확인(KYC) 등 관련 법령을 957만 건에 걸쳐 위반한 사실을 밝혀냈다. 대부분은 고객정보 재확인 의무를 반복적으로 소홀히 한 사례로, 은행권과 비교해도 위반 규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특금법상 과태료 산정 기준을 두나무에 적용할 경우, 과태료 총액이 최소 45조 원에서 최대 183조 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두나무의 전체 자산인 약 12조 원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다. FIU는 지난 7월 1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과태료 부과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제재 수위가 역대급이 될 가능성에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앞서 FIU는 지난 2월에도 두나무에 대해 ▲3개월 일부 영업정지 ▲이석우 전 대표에 대한 문책경고 ▲준법감사인 면직 등 임직원 10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두나무는 해당 제재의 효력 집행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 전반은 주요 거래소들의 반복되는 비위와 관리 부실로 신뢰 회복 과제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FIU 제재 및 과태료 심의가 국내 디지털자산 규제 수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두나무의 향후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