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하고 있어 주주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이유로 일시 중단했던 계획이지만, 이번에는 당초 목표였던 2조4천억 원 조달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2조2829억 원, 순이익 2097억 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고,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등 주요 가전 시장 점유율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표면적으로는 상장 타이밍이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이 IPO가 국내 주주가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장 큰 쟁점은 ‘중복 상장’ 논란이다.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130억 달러(18조 원)로 평가되는데, 이는 코스피에 상장된 모회사 LG전자 시가총액(약 13조 원)을 뛰어넘는다. 이미 모회사 주가에 100% 자회사 지분 가치가 반영돼 있는 상황에서, 인도법인이 독립적으로 상장되면 모회사 지분가치는 오히려 할인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소액주주들은 인도의 성장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더블카운팅’이라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피해를 입게 된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사례에서 드러난 바 있다. LG화학(시총21조)은 여전히 LG엔솔(시총92조) 지분 81%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LG엔솔 상장 이후 배당은 미미했고 주가 반영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LG화학 주가는 IPO 이후 크게 하락해 소액주주 피해만 커졌다. 성장성과 현금창출력은 자회사에 집중되고 모회사에는 ‘껍데기’만 남는, 물적분할 상장의 전형적인 후유증이었다.
LG전자의 인도법인 상장도 본질적으로 같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IPO는 신주 발행이 아니라 LG전자가 보유한 인도법인 지분 15%를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이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약 1조5천억~2조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이는 단기적 재무개선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는 지분가치 희석과 ‘중복 상장’ 할인이라는 구조적 디스카운트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인도법인의 성장 과실은 현지 투자자에게 이전되고, 국내 소액주주는 손해를 감내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폭발적인 성장과 40%에 달하는 높은 ROE를 자랑하지만, 지난해 인도 현지 증시에 상장한 이후 본사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인도법인이 고성장해도 본사 주주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이익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모델Y와 모델3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석권했다고 해서 테슬라 한국법인이 여의도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겠는가?”라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올해 7월 국회를 통과해 즉시 시행된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됐다. 이제 경영진은 기업 이익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권익까지 고려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법인 IPO가 모회사 주주 권익을 침해하고 성과를 해외 투자자에게만 넘기는 구조라면, LG전자 경영진은 법적·윤리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쪼개기 상장으로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는다”라고 지적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