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마티스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의 대표적인 예로, 관절의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절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에 있어 흔히 사용되는 류마티스 인자(RF) 수치는 면역계 이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염증성 질환이 진행 중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라고 해서 모두가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임상적으로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존재한다. 이처럼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류마티스 진단과 치료에 있어 최근 ‘장내 미생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관심받고 이;Tek.
대전 이손내과의원 손경목 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이를 테면 Prevotella copri라는 특정 세균이 류마티스 환자의 장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러한 세균 불균형이 면역계를 자극하고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내 환경이 면역의 균형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제 류마티스는 단순히 관절의 문제가 아니라 ‘장과 면역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흥미로운 점은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질병의 원인일 뿐 아니라 치료 반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내 특정 세균의 존재 여부가 류마티스 치료제의 효과를 좌우할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나 식이조절을 통한 장내 환경 개선이 치료의 일부로 고려되고 있다. 염증성 질환에 대한 접근이 단순히 약물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의 미생물 생태계를 반영한 치료로 확장되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진단 방식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존에는 혈액검사를 통해 류마티스 인자나 항CCP 항체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장내 미생물 구성 자체를 하나의 진단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류마티스 환자군과 건강군의 장내 미생물 비교를 통해 질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에 대한 검사가 면역질환 전반의 예측과 관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임상 현장에서도 점차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경목 원장은 “장내 미생물은 외부 병원체와의 방어뿐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만성 염증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는 장내 환경이 치료 반응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미생물 기반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 감염내과 영역에서도 장내 세균총의 역할이 점차 부각되고 있으며, 항생제 사용 이력이나 장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 진료가 이루어지는 추세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류마티스 인자 수치 하나만으로 질환의 경과나 예후를 판단하던 기존의 방식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면역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이라는 또 다른 생태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필수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보조 정보가 아닌 치료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실마리가 될 수 있으며, 치료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장내 미생물'이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류마티스를 다시 살펴볼 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