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딥마인드플랫폼(이하 딥마인드)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다섯 배 확대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며, 공격적인 자금 조달 행보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을 위한 재원 확보라는 명분이지만, 이미 누적된 미상환 CB와 잇따른 신규 발행으로 인한 주가 희석, 취약한 영업 실적, 높은 차입 의존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 특수관계사, 낮은 전환가 CB로 차익…반복 전환·매도 가능성
문제는 이미 회사가 상당한 규모의 미상환 CB를 보유하고 있고, 그에 따른 주가 희석 위험이 가시화된 상태에서 한도를 늘려 추가 발행을 예고한 점이다.
실제로 딥마인드의 기존 미상환 CB 잔액은 약 98억원이었으나, 최근 나카모토투자조합을 대상으로 4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하며 잔액이 약 5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번 신규 CB 전환 가능 주식수는 1,352만7,223주로, 기존 CB에서 전환 가능한 475만6,290주를 더하면 총 1,828만3,513주가 잠재적으로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수 2,297만주 대비 79.6%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향후 전환 시 대규모 오버행과 주가 희석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신규 CB의 전환가액은 2,957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낮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환·매도 유인이 커지고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희석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 우선 논란도 불거졌다. 김병진 회장이 소유한 특수관계사 플레이크는 8월 4일 보유 중인 딥마인드 8회차 CB 약 130만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예정이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1,529원으로, 전환 직전 종가(3,800원대) 기준 약 150%에 달하는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더구나 8회차 CB의 경우 이미 지난달과 이달 초에도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상장된 전례가 있어, 전환과 매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형적으로 주가가 부양된 국면에서 낮은 전환가의 CB를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실현하는 구조로, 일반 투자자에게는 손실 전가가 될 수 있다.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계기는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었다. 딥마인드는 지난 6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KRDT’를 이더리움(ETH), 베이스(Base), BNB 스마트체인(BSC) 기반으로 발행했다고 밝혔고, 7월에는 해외 자회사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거래 플랫폼 ‘스테이블스왑’의 도메인을 등록하고 개발 착수 사실을 공시했다.
이 같은 소식에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6월 20일 3,000원이던 주가는 27일 장중 7,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는 3,7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테마 재료가 주가를 단기 부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질적 수익 창출 가능성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규제 환경, 유동성 확보, 보안 신뢰도 등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분야다. 이 때문에 실질적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재무 구조는 취약하다. 딥마인드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손실 규모는 32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1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90억원이다. 매출총이익이 증가했음에도 판관비가 급증하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온라인커머스, 여성 속옷, 드론, 화장품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결과 비용 통제가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4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순차입금은 7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여기에 신규 발행된 400억원 규모 CB까지 더해지면서 재무 레버리지는 더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CB 자금 400억원 중 상당액이 국내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거론되는 거래소는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이지만, 이들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4년 기준 코인원은 –61억원, 코빗은 –168억원, 고팍스는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고팍스는 1,3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해 재무 상황이 매우 악화된 상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97%를 점유하고 있어, 나머지 3%를 이들 세 곳이 나눠 갖는 구조다. 점유율이 낮은 거래소를 인수하더라도 추가 자본 투입 없이는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이 가장 낮은 고팍스 인수에는 최소 1,500억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한 자금으로는 어렵다”며 “인수 후에도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런 확장 전략이 과거 코스닥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테마 부양–CB 전환–매도–사업 지연’ 패턴과 닮아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상장사 대주주나 경영진이 인기 테마 사업 진출을 발표해 주가를 부양한 뒤, 보유 주식을 고가에 처분하고 실제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딥마인드가 이번에도 CB 발행 후 테마 발표, 주가 급등, 전환·매도라는 흐름을 밟는다면, 규제 리스크와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다.
계열사 한국첨단소재까지 출자…본업 부진 속 ‘무리한 지원’ 비판
논란은 계열사 한국첨단소재로까지 번지고 있다. 딥마인드가 14.19%의 지분을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한국첨단소재는 최근 나카모토투자조합에 40억원을 출자했다. 이 조합은 김병진 회장과 특수관계사들이 주도해 설립됐으며, 400억원 규모 자금을 딥마인드 CB에 투자했다.
딥마인드는 이 자금 중 300억원을 타법인 지분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수 대상이나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첨단소재의 재무 상태가 인수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5년 중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영업손실은 48억원, 법차손 비율은 260.84%로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근접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약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본업 매출은 2023년 144억원에서 2024년 65억원으로 급감했다. 2분기에는 CB 관련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77억원 발생해 자기자본(54억원)을 초과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재무 상태가 열악한 한국첨단소재가 본업과 무관한 최대주주의 신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첨단소재의 주력 제품 판매량 감소도 뚜렷하다. 과거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던 휴대용 광 계측기 판매가 급감했고, 다른 제품군 매출도 하락세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신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재무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미 주가도 양자컴퓨터 테마주로 급등했던 지난해 말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9월 40억원 규모 CB 발행, 12월 12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이 주가 부담을 키웠다. 유상증자 발행가는 1,204원으로, 현 주가(3,500원대)보다 70% 낮았고, 이에 따라 기존 CB 전환가액도 1,981원에서 1,204원으로 조정돼 전환 물량 증가와 오버행 우려를 높였다.
딥마인드의 이번 1조원 한도 확대 결정은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넓히는 동시에, 대규모 희석과 재무 부담이라는 부메랑을 동반한다. 특히 인수 대상의 구조적 적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과점 체제, 계열사까지 동원한 자금 조달 방식은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회사가 이 과정을 시장 신뢰로 연결하려면 인수 후 수익성 확보 전략, 전환·매도 물량 관리 방안, 차입 상환 계획 등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