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국제 골프 대회 기간 중 VIP 초청 만찬 행사를 열고, 이 자리에서 과도한 음주와 소란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 불황 속 금융회사의 호화 접대라는 점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인 하나손해보험과 하나생명은 지난 14일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 기간 중 경기도 안산시 데헤븐 컨트리클럽(CC) 내 클럽하우스에서 VIP 초청 만찬 행사를 개최했다. 해당 대회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공동 주관하는 국제 대회로, 국내외 정상급 선수가 다수 출전했다.
문제가 된 날은 대회 3라운드가 열린 14일이다. 오전 라운딩을 마친 VIP들이 클럽하우스 내 연회장에 집결하면서 본격적인 만찬이 시작됐다. 이후 잔을 부딪히는 건배 소리와 단체 대화 소리가 커졌고, 이로 인해 경기 관계자들의 업무에까지 방해가 됐다는 전언이다.
당일 오후 2시 30분부터는 라운드를 마친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VIP들과의 동선이 겹치는 일이 벌어졌다. 클럽하우스 1층에는 선수들이 경기 후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는 스코어링 에어리어가 위치해 있는데, 행사에 참석한 VIP들이 자리를 오가며 혼잡을 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찬이 끝난 뒤 VIP 차량들이 클럽하우스 정문 앞 도로를 점령하면서, 경기 후 이동하는 선수들과 캐디들이 클럽백을 짊어진 채 먼 거리까지 걸어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번 대회에는 JGTO 랭킹 1위인 쇼겐지 다쓰노리, 사카모토 유스케, 숀 노리스(남아공)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그 만큼 대회 품격 유지와 운영의 전문성이 요구됐지만, 주최 측의 미흡한 행사 기획으로 오히려 대회의 위상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장 관계자는 “조용하고 집중이 필요한 골프 대회장에서 건배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건 상식 밖”이라며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후원사로서의 기본 인식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사가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한 자금을 동원해 호화 만찬을 벌인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