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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울림, 도심 속에 살아나다

200년 이어온 장수동 만의골 도당제, 풍년과 안녕 기원에서 시민 축제로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수동 만의골 도당제가 지난 23일 인천대공원 어울 큰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매년 음력 7월 초하루마다 은행나무 앞에서 올려지던 제의가 200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제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확장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축제한마당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마련돼, 잊혀가는 전통 의례를 재조명하고 현대적 의미를 새롭게 부여했다.

 

 

은행나무와 함께해온 마을의 기원

 

장수동 은행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단순한 나무 이상의 존재였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집안에 액운이 끼거나 마을에 돌림병이 돌면 주민들이 이 나무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치성을 올렸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곧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공동체의 구심점이었다.


특히 만의골 은행나무 당산제는 2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대표적인 민속 제의다.


음력 7월 초하루, 마을 사람들은 모여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제를 올리고 음식을 나눴다.


제의는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이웃과 정을 나누고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문화적 장치였다.

 

 

현대적 재현, 무대 위로 옮겨간 제의

 

올해 도당제는 김혜경 대표를 비롯한 만의골도당제보존회 회원들이 은행나무 앞에서 의식을 알리는 제례를 올리며 시작됐다.


이어 농악풍물예술단의 ‘도당 울림 길놀이’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서도소리 명창 정은희와 제자들의 민요 공연, 거문고 연주, 배뱅이굿 시연, 대중가요 무대, 호국전통무술 시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병든 남편을 위해 은행나무 앞에서 치성을 드리는 부인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재현한 무대였다.

 

단순히 형식적 절차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의 역사와 삶의 애환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장면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는 도당제가 단순한 제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삶과 정서를 담아내는 종합문화였음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전통문화, 도심 속에서 다시 꽃피우다

 

이날 행사는 단순히 옛 풍습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도심 속 시민들에게 잊혀가는 전통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전통 의례가 지닌 공동체적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환기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 진승화 회장은 “도당제는 국악, 가요, 민속이 어우러지는 무대로서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됐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노래와 춤으로 삶을 극복해온 우리 민족의 정신이 이 무대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만의골도당제보존회 김혜경 대표 역시 “전통 민속 신앙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행사는 200여 년 전부터 내려온 은행나무 당제를 시민과 함께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공동체의 뿌리를 찾는 의미

 

오늘날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마을 공동체 문화와 제의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장수동 만의골 도당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옛 의식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도 공동체의 뿌리를 되살리고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도당제는 더 이상 농경사회만의 유산이 아니다.


지금은 공동체의 연대와 치유,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현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통, 살아있는 현재가 되다

 

이번 도당제는 지역 주민과 시민이 함께 어우러져 전통 문화를 ‘현재진행형’으로 즐기는 축제가 됐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시작된 작은 기원이 이제는 도심 속 무대에서 수백 명의 시민이 함께하는 문화행사로 확장됐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오늘날의 공동체가 전통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미래로 이어가는 살아있는 문화의 증거다.


장수동 만의골 도당제는 과거와 현재, 마을과 도시, 의례와 축제를 잇는 가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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