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잘 때 팔을 머리 위로 올리는 ‘만세 자세’로 자는 습관이 있다면, 단순한 버릇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자세는 척추에 불균형이 생겼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등이 정상보다 많이 굽는 흉추후만증이 있는 경우, 만세 자세는 굽은 등을 잠시 펴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이런 자세가 습관이 되면 어깨와 목, 등 근육에 불균형이 생겨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흉추후만증은 옆에서 봤을 때 등이 뒤로 심하게 굽은 상태를 말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거나 컴퓨터•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 초기에는 자세만 구부정해 보일 수 있지만, 진행되면 흉추와 요추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 신경이 눌려 하반신 감각 이상까지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흉추후만증이 있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등을 펴주는 자세’를 찾게 된다. 팔을 머리 위로 올리는 만세 자세가 대표적이다. 이 자세는 굽은 등이 순간적으로 펴지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면 중 이 자세가 오래 유지되면 어깨가 들리고 목이 뒤로 꺾이면서 근육이 긴장하고, 결과적으로 목•어깨 통증이나 자세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가장 좋은 수면 자세는 척추가 자연스러운 정렬을 유지하는 자세다.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워 팔과 다리를 45도 정도 벌리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면 몸이 편안해진다. 허리가 바닥에서 뜨는 느낌이 있다면, 무릎 밑에 얇은 수건이나 쿠션을 넣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는 것도 좋다. 이미 척추 질환이 있거나 허리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옆으로 누워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워 척추 곡선을 유지하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
참포도나무 병원 척추 센터 이동엽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의학 박사)은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자는 자세가 편하게 느껴진다면, 이미 척추에 불균형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거나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흉추후만증이나 목•어깨 통증이 생기기 쉬우므로 증상이 반복된다면 척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흉추후만증이 진행되면 단순 통증뿐 아니라 외형적인 자세 변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척추의 균형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