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산업재해 사망자 중 60%가 사고사망이 아닌 업무상질병으로 사망하는 가운데(*), 질병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상당 부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토론회가 국회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20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는 국회의원연구단체 ‘국회노동포럼’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주관으로 「질병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방향 수립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포럼 대표의원인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은 “질병 산재는 잠복기가 길고 누적 노출의 영향이 커서 사전적·보편적 예방의 필요성이 높지만, 정작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사후적·개별적 관리 중심으로 되어 있어 예방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발제에 나선 박정임 한국산업학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유해 화학물질의 목록을 사전에 특정해 두고, 그 목록에 없는 화학물질은 관리하지 않는 구조”라면서 “화학물질의 종류가 급증하는 현실 등을 감안하면 유해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기업이 포괄적으로 점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12]는 관리대상 유해물질 196종을 목록으로 특정)
이어 박 부회장은 “작업환경측정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개별 사업장별로만 관리되는 것도 문제”라며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가 직접 작업환경측정에 참여해 실질적 측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각 사업장의 측정결과가 국가의 산업별 관리체계 마련에 반영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함께 발제에 나선 박미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안전보건정책실장은 “우리 산안법과 근로감독관은 기업이 작업환경측정을 했는지 여부만을 검사하고, 실제로 그 측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이 제대로 점검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법규가 미비한데 기업이 자발적으로 위험요인을 실제 규율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기업이 유해·위험을 실질적·포괄적으로 방지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산안법을 개정함과 함께, 각 기업이 실제 위험요인을 통제할 수 있도록 업종별 안전보건방법론을 개발할 전문 국책연구소를 설립하고, 노동청에도 안전보건 전문성을 갖춘 전문감독관을 임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 나선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의 현재순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유해 화학물질의 목록을 사전에 특정하지 않는 포괄적 관리방안에 찬성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백세언 선임위원은 “기업이 위험성을 관리해야 할 화학물질의 종류가 약 2300여 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어 현장의 부담이 클 것”이라며 “작업환경측정이 보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개선하는 것이 먼저이고, 화학물질의 목록을 특정하여 관리하는 다른 법률들과의 정합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 밖에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지원 정부사업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조덕연 산업보건실장) “작업측정자료 및 산업재해 관련 자료들을 전산에서 통합 관리하는 정부 차원의 전산망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임자운 변호사)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고용노동부 박종일 산업보건정책과장은 “현재의 산안법은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만들어져 이제 바뀌어야 할 타이밍”이라며 “작업환경측정 등이 형식 중심이 아니라 목적·성과 지향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연구단체 국회노동포럼, 한국산업보건학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공동주최했고, 이학영·박홍배·신장식·이용우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